‘단역배우 자매 사건’ 가해자 드라마 제작 참여 논란…MBC “즉각 배제”

성폭력 피해 호소하던 자매는 끝내 극단 선택
드라마 '연인' 제작진 "해당 보조 출연자 관리업체와 계약도 즉시 해지"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단역배우 자매 사건의 가해자가 MBC 새 드라마 ‘연인’ 제작에 참여했다는 논란이 일자 MBC가 즉각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5일 방송가에 따르면 연인 제작진은 MBC 시청자소통센터에 공식 입장문을 올리고 “보조 출연자 관리 업체와 관련된 시청자 여러분의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논란이 된 인원이 일부 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1차적으로 해당자의 제작 현장 접근을 금지하도록 조치한 데 이어, 혹시 모를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해당 (보조 출연자 관리) 업체와 계약도 즉시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사망한 두 자매의 어머니 장연록씨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드라마 연인 불시청 운동’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장씨는 “연인에 딸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가해자가 단역배우 캐스팅 담당자로 일한다고 한다”며 불시청 운동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MBC 시청자소통센터 게시판에는 연인을 시청하지 않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앞서 2004년 대학원생이던 장씨의 딸 A씨는 친동생 B씨의 권유로 드라마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관계자 12명에게서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와 가해자들의 협박을 받아 취하하고 2009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도 A씨를 따라 세상을 등졌고, 피해자의 아버지 역시 두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뇌출혈로 숨졌다.

이 사건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던 2018년 재조명받으며 재조사 촉구 여론이 높아졌고, 경찰도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바 있다. 다만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재수사 착수는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