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일침] 높아지는 제빵기능사 인기 속 회전근개파열 주의해야
어깨 사용 많은 제빵사, 회전근개파열 위험 높아
통증 방치하면 파열 부위 넓어지고 힘줄 끊어질수도
침치료, 손상된 근육·인대 회복 돕고 수술 확률도 낮춰
#김 대리(29)는 짬이 날 때마다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빵지 순례자’다. 최근에는 맛있는 빵을 찾아다니는 취미를 넘어 제빵에도 흥미가 생겨 제과·제빵 분야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기초 제빵기술 수업을 듣기 시작한 그녀는 부드러운 빵을 만들기 위해 필수 기술인 ‘치대기’를 배우는 중이다. 밀가루에 들어있는 2가지 단백질을 결합시키려면 반죽을 150~200번 가량 주물러야 하다 보니 여간 고단한 작업이 아니다. 무리한 연습이 부담으로 작용한 탓일까. 체중을 실어 반죽을 꾹꾹 누르던 김대리는 순간적으로 어깨에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다음 날에도 어깨 결림과 통증이 지속됐다. 결국 가까운 한방병원을 찾은 김 대리는 “어깨와 팔의 무리한 사용으로 인해 힘줄 파열이 진행됐다”는 소견과 함께 회전근개파열 진단을 받았다. 증상을 방치하면 팔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치료를 받기로 했다.
홈베이킹의 인기와 함께 밥보다 빵을 선호하는 일명 ‘빵돌이·빵순이’들이 늘어나면서 제과·제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발표한 ‘국가기술자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제과·제빵 분야 응시자 수는 2020년 8만 7360명에서 2021년 12만 2950명으로 1년새 약 40.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초보 제빵사들의 유입은 코로나19 유행 중에도 관련 업계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제빵사의 직업병 중 하나인 회전근개파열 위험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제과 및 제빵 작업은 어깨에 체중을 실어 반죽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어깨에 부담이 누적되기 쉽다.
회전근개파열은 어깨 관절 주위를 덮고 있는 힘줄인 회전근개가 손상돼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어깨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대표 증상으로, 팔을 들어 올리는 간단한 동작조차 어려워진다. 오십견과 증상이 유사해 혼동하기 쉬운데, 오십견은 관절낭 자체가 굳어 모든 방향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는 반면 회전근개파열은 다른 사람이 도움을 주면 팔을 들어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근력 약화가 동반되어 있어 팔을 오래 올리지는 못하고 금방 떨구게 된다.
회전근개파열은 일반적으로 과도한 어깨 사용에 의해 발생한다. 어깨에 무리가 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제빵사들 중에는 어깨 통증을 일종의 직업병, 고질병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의외로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쉬운 질환이기도 하다. 반대로 방치하면 파열 부위가 점점 넓어질 뿐만 아니라 어깨 힘줄이 끊어질 수도 있어 하루빨리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방에서는 어깨 부위 통증을 견비통(肩臂痛)이라고 표현한다. 어깨 통증에 대한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활용되는 침치료는 어깨 부위 통증과 관련된 혈자리인 천종혈, 노수혈 등에 침을 놓아 혈관, 림프순환장애를 개선하고 손상된 근육과 인대의 회복을 돕는다. 침은 뻣뻣하게 경직된 근육과 힘줄을 부드럽게 이완시킴으로써 어깨의 원활한 움직임을 회복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어깨 질환에 대한 침치료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 논문도 발표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침술의학(Acupuncture in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회전근개파열, 오십견 등 어깨 질환으로 침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2년 내 수술을 받을 확률이 7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짧은 기간 내에 자주 침치료를 받은 환자일수록 어깨 수술률이 더욱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상 속 스트레칭을 통해 어깨 근육을 이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깨 근육 이완에 효과적인 동작으로는 ‘견갑하근 스트레칭’이 있다. 먼저 어깨보다 약간 높은 베개를 베고 옆으로 누워 바닥 쪽 팔꿈치를 수직으로 세운 뒤 주먹을 쥔다. 이어 반대편 손으로 손목을 잡고 아래쪽 팔을 바닥으로 젖힌다. 10초간 동작을 유지했다가 처음 자세로 돌아오기를 총 3회 반복한다. 반대편도 동일하게 총 3세트 실시하면 어깨 뼈와 위팔 뼈를 잇는 견갑하근이 이완되면서 팔의 움직임이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이제 옛말이 되어버린 듯 하다. 밥심보다 빵심으로 사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와 함께 제빵사들의 어깨가 바빠지고 있는 만큼 어깨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작업 중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 일상 속 노력을 통해 어깨 건강을 지키도록 하자./ 최우성 청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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