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정부는 국내관광 '총력'…지자체·코레일은 '길막'

성연재 2023. 5.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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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관광 유치를 위해 지자체와 정부가 사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유명한 걷기 길은 폐쇄하다니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봉화군과 코레일이 유명한 걷기 길인 '낙동정맥 트레일' 중 '세평하늘길'의 일부 구간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박강섭 전 청와대 관광진흥비서관은 "팬데믹 이후 해외관광객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때인데, 유명한 걷기 길을 무작정 폐쇄하는 것은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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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걷기길·지리산 성삼재길 잇따라 폐쇄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국내 관광 유치를 위해 지자체와 정부가 사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유명한 걷기 길은 폐쇄하다니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영화 '기적'의 배경이 돼 명성을 얻었던 경북의 오지마을 양원마을 사람들은 요즘 마음이 불편하다.

봉화군과 코레일이 유명한 걷기 길인 '낙동정맥 트레일' 중 '세평하늘길'의 일부 구간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몇 달 전 봉화군은 세평하늘길 12.4㎞ 전체 구간을 1년 동안 폐쇄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주민 항의를 받고 이를 내렸다.

철거되기 전의 폐쇄현수막. 실제로는 폐쇄되지 않았다. [독자 제공]

봉화군은 주민 항의가 지속되자 슬그머니 '우회로를 이용해 걸을 수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달았다.

봉화군청 관계자는 "해당 구간에 대해 환경 정화 운동을 펼친다는 광해광업공단의 요청을 받고 1년 동안 걷기길 폐쇄 안내 현수막을 달았다"면서 "주민들의 항의로 비동승강장에서 걷기 길을 산길 우회로로 승부역까지 갈 수 있다는 안내 현수막을 최근 달았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주민들이 항의하니까 행정관청이 슬그머니 우회로로 트레킹을 할 수 있다는 안내 현수막을 달았다"면서 "처음부터 전 구간을 폐쇄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더 큰 문제는 세평하늘길의 핵심 구간인 '체르마트길'은 진작부터 폐쇄됐다는 사실이다.

체르마트길 [사진/성연재 기자]

이 비동승강장에서 양원역까지 구간을 일컫는 2.5㎞의 이 구간은 스위스정부관광청이 마치 스위스의 체르마트길을 떠올릴 만큼 청정하고 아름다운 길이라면서 이런 이름을 달았다.

사실 이 걷기 길은 2013년 당시 코레일 정창영 사장이 직접 길을 방문하며 봉화군과 개척한 길이다.

10년 전 겨울에 기자도 분천역을 찾아 취재했던 기억이 있다.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의 절벽길. 사고 발생 시 책임은 지자체 등에 있지 않고 개인에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기사가 포털 사이트 톱뉴스로 실리면서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주한 스위스 대사 등을 초청해 대대적인 홍보를 했고 이후 수많은 걷기 동호인이 이 길을 찾았다.

철거된 폐쇄현수막. 이후 우회로를 알리는 현수막이 다시 걸렸다.[독자 제공]

논란이 된 부분은 체르마트길 초입의 철도 교량 난간 부분이다.

코레일이 철도 교량 옆을 지나야 하는 이 구간을 안전 문제로 막았기 때문이다.

체르마트길은 코레일이 야심 차게 개발한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달리는 곳과 같은 구간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최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강화 분위기 탓에 어쩔 수 없이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봉화군과 올해 내로 우회로 개설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에는 전남 구례군이 지리산으로 오르는 성삼재 길을 폐쇄해 논란이 일었다.

성삼재 도로는 눈꽃과 상고대가 아름다운 지리산 노고단의 설경을 구경하기 위해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반드시 이용하는 도로다.

2021년 겨울에는 부분 통제했으나 2022년 겨울에는 구례군이 전면 폐쇄해 관광을 생계로 하는 지역민들이 반발했다.

구례군은 안전상의 이유로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강섭 전 청와대 관광진흥비서관은 "팬데믹 이후 해외관광객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때인데, 유명한 걷기 길을 무작정 폐쇄하는 것은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안타까워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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