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잇수다] 치매 노모 차에 태워 절벽으로 간 아들의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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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잇수다는 별의별 사건 중 화제가 되거나 의미 있는 판결을 수다 떨 듯 얘기합니다. 언젠가 쏠쏠하게 쓰일 수도 있는 법상식도 전합니다.]
가혹한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한 아들과 세상을 떠난 어머니 사이에 이제 남은 건 후회뿐일지 모릅니다.
■ 빚에.. 불화에.. 아픈 어머니A씨는 지난해 3월 제주시 한 주차장에서 11m 높이의 해안가 절벽으로 승용차를 운전해 추락시켜 조수석에 타 있던 어머니를 사망에 이르게 해 징역 6년형을 확정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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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잇수다는 별의별 사건 중 화제가 되거나 의미 있는 판결을 수다 떨 듯 얘기합니다. 언젠가 쏠쏠하게 쓰일 수도 있는 법상식도 전합니다.]
“어머니, 이제 가게 마씸”
가혹한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한 아들과 세상을 떠난 어머니 사이에 이제 남은 건 후회뿐일지 모릅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던 40대 남성 A씨에게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찾아오기 시작한 때는 2021년 8월쯤.
수개월간 이 무게를 짊어졌던 A씨는 어느 날 어머니를 차 조수석에 태워 높은 절벽이 있는 해안도로로 향했습니다.
■ 빚에.. 불화에.. 아픈 어머니
A씨는 지난해 3월 제주시 한 주차장에서 11m 높이의 해안가 절벽으로 승용차를 운전해 추락시켜 조수석에 타 있던 어머니를 사망에 이르게 해 징역 6년형을 확정 받았습니다.
A씨는 2021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체가 대금을 받지 못해 경영난에 부딪치면서 1억 원이 넘는 빚더미에 앉았습니다.
이보다 앞선 8월, 20년 가까이 모시고 살던 어머니가 아파 쓰러진 후 치매 증상이 심해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누구보다 앞장서 어머니를 돌봐준 아내와의 다툼도 잦아졌습니다.
결국 A씨는 신변을 비관하게 됐고, 범행에 이르게 됐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자신의 잘못된 결정을 후회하고, 주변 여러 사람들도 A씨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지 못한 점을 한탄하면서 선처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A씨는 재산적 탐욕과 같은 악의적인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어서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달리 볼 여지 있으나.. 범행으로 갑작스런 사망”
법원은 원망이나 재산적 탐욕으로 존속을 살해하는 패륜적인 범행과는 달리 볼 여지가 있다면 서도 범행으로 피해자가 삶을 마감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내와 20년 가까이 친모인 피해자를 보살펴 오다 여러 사정이 한꺼번에 악화되자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이 오랜 기간 피해자를 돌보아 왔고, 피해자의 치매로 부담을 지게 됐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생명을 박탈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된 결정을 후회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도 친모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깊은 죄책감 속에서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사정을 감안해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A씨는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이어 A씨의 상고포기서가 제출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 존속범죄에 흔들리는 가정
존속범죄는 가족을 상대로 벌어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개인 문제를 넘어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무너지고, 유대감마저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존속범죄는 경제적 요인부터 정신질환, 가정환경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피해자가 가족 구성원에 그치지 않고 제3자가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10대 자녀가 어머니를 때려 경찰이 출동하는가 하면 술값 때문에 노모에게 행패를 부린 60대 아들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기도 했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존속폭행, 존속상해, 존속협박 등 혐의로 제주에서만 240여 명이 검거됐습니다.
JIBS 제주방송 정용기(brave@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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