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닐리를 죽였나” 뉴욕 지하철서 목 졸려 숨진 흑인 노숙인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흑인 노숙자가 백인 승객에 의해 목 졸려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흑인에 대한 과잉 대응 논란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4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와 CNN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뉴욕 지하철 안에서 30세 흑인 남성 조던 닐리가 미 해병 출신 백인 남성 A(24)씨에 의해 목 졸려 숨졌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닐리가 “배고프고 목이 마르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 지쳤다” 등 소리치며 돌아다닌 게 발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닐리가 코트를 전철 객실 바닥에 던지는 등 소란을 피웠고, 그때부터 A씨가 헤드록을 걸며 제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A씨는 경찰에 구금돼 조사를 받았지만, 도주의 위험이 없다며 곧 풀려났다.
당시 상황은 한 승객에 의해 촬영됐고, 소셜미디어 등으로 일파만파 퍼졌다. 영상에는 A씨가 닐리의 목을 졸라 질식에 이르게 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담겼다. 닐리가 이미 의식을 잃은 듯 축 늘어졌지만, A씨는 멈추지 않았다. 옆에 있던 남성 승객 2명도 가세해 힘없는 닐리의 팔과 어깨 등을 제압했다. 한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이 영상은 6시간만에 조회수 500만을 기록했다.
과잉 진압 논란이 불거졌다. 닐리가 누군가를 해치려는 시도를 하지도 않았는데 단지 객실 안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만으로 목을 졸랐다는 것이다. 아드리엔 애덤스 뉴욕시의회 의장은 “이번 일은 흑인들이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상기시켜 준 또 하나의 사건”이라며 “닐리는 그저 평범한 뉴요커이자 아들이자 연기자였다. 이렇게 죽을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뉴욕 지하철에서는 닐리의 죽음을 애도하고 A씨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지난 3일에는 브로드웨이-라파예트역에 시위대가 모여 피켓을 들고 흑인 및 노숙자 인권을 존중하라고 외쳤다. 벽에는 “누가 조던 닐리를 죽였나”라는 문구가 적혔다. 닐리가 사망한 원인이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라는 검시 결과가 나왔는데, A씨를 아직 기소하지 않은 수사당국에도 책임을 물은 것이다. 4일 저녁에는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 앞에서 시위가 열렸다. 시위는 도시 전역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닐리는 평소 뉴욕 지하철에서 마이클 잭슨을 따라 하며 춤을 추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는 과거 뉴저지 북부에서 거주했는데, 2007년 14살이던 당시 어머니를 살해로 여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고, 결국 노숙에 이르렀다고 한다. 닐리 아버지 안드레 제커리는 “엄마가 살해된 뒤 닐리는 깊은 공포에 빠졌다”며 “엄마를 묻은 뒤 닐리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았다. 집에서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닐리는 성미가 급하긴 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줘본 적 없다. 정말 좋은 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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