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진단결과 공개에…"서열화 조장" vs "수준 파악 필요"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서울 초·중·고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학교별로 공개할 수 있게 하는 조례안이 최근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찬반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심해졌다는 우려에 서울시교육청의 반대에도 지난 3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의결됐다.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공개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통과된 것은 17개 시도 중 서울시가 처음이다.
조례안은 매년 3∼4월 초·중·고 학생들이 치르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현황을 각 교장이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학교만 알고 학부모 등에게 공개할 수 없었다.
조례안은 공개할 수 있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현황을 '시행 일자, 과목, 응시자 수 등'이라고 적시했지만 '등'이 포함됐기 때문에 열린 해석도 가능하다. 학교별 서열을 가늠할 수 있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 등도 교장 재량으로 공개할 수 있는 것이다.
조례안은 또 교육감이 학교별 진단검사 시행 현황을 서울시의회 소관 상임위에 제출하도록 했는데, 이 역시 상임위에서 교육감에게 '기초학력 미달 비율'까지 포함해 제출을 요구하고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례안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각 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공개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가장 우려하면서 '서열화 조장''일제고사 부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한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대변인은 "조례 제정을 한다는 소식만으로 지난 2월 서울 학원가에서는 진단평가 대비반이 생겼고 시중에 문제집도 나왔다"며 "불필요한 사교육과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총 서울지부도 지난해 12월 조례안이 발의됐을 때 성명서를 내고 "결과 공개는 학교 간 불필요한 경쟁을 야기하고 교육격차에 대한 지역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기초학력 진단의 취지에 어긋나며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수면 밖으로 나오는 것이 오히려 사교육에 기대지 않고 학생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쪽도 있다.
서울 강서지역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는 "지금은 시험을 치르는 중학교 2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사교육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이들의 학습 수준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차라리 공개하고 성적에 맞게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당장은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곳이 우수한 학교가 홍보 차원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드물 것이라고 전망한다.
조례안에 따르면 교육감이 진단검사를 공개하는 학교에 포상을 할 수 있는데,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 자체를 반대해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체제에서는 포상 자체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진단검사 결과 자체를 공개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 일반고 교장은 "공부 잘하는 학교, 못하는 학교라는 소문이 실체화되는 것이고 그런 프레임이 강화되면 오히려 못하는 학생은 못하는 곳으로만 가게 된다.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교육적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저희도 굳이 의무로 공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면 미달 학생 비율을 공개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미달 학생 비율 공개보다는 학생들의 학력을 관찰해서 많이 향상된 곳을 포상하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나"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의회에 재의 신청을 하면서까지 반대했지만 조례안이 결국 지난 3일 통과되자 일단 시의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진보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교육청에 대법원 제소 조치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서울시교육청이 대법원 제소 등 조치를 하지 않으면 조례안은 이르면 8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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