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위해 대마 합법화한 나라들, 청소년 중독 늘고 암시장만 번성 [WEEKLY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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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는 합법적이지만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대마 시장과 불법이지만 번성하는 또 다른 대마 시장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대마 판매 업체 캐노피 그로스의 데이비드 클라인 최고경영자(CEO)는 토론토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대마 암시장이 합법적인 판매처를 압도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합법적인 대마는 가격도 비싸고, 판매 매장도 부족한 편이다. 반면 불법 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접근성도 좋다.
캐나다 정부는 “불법 업체 제품에는 중금속이나 제초제 등 몸에 해로운 물질이 포함돼 있을 수 있고,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대마에 포함된 향정신성 물질)의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대마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대마는 ‘쓰레기’”라고 하며 외면하는 것이다.
대마 합법화가 음성적인 거래를 근절하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마 합법화를 추진하는 독일이 캐나다처럼 실패를 맛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12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성인들은 25g까지는 대마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비영리 사교 클럽(social club)을 통해 마약을 구매해, 술이나 담배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은 “암시장에서 판매되는 대마는 오염돼 있는 경우가 많아 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발생시킨다”며 “우리는 성인들을 대상으로만 제한된 범위 안에서 대마를 공급해 암시장을 몰아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한 규제와 단속이 불법 시장을 키우는 ‘풍선 효과’를 피하기 위해 대마 합법화를 추진했지만, 불법 시장 근절 등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오히려 청소년 등이 대마에 쉽게 노출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22년 세계 마약 보고서에서 “대마 합법화로 매일 매일 일상에서 대마를 투약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며 “대마 투약자가 정신적인 문제를 겪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대마 합법화가 사회에 부정적인 효과를 끌고 들어오는 ‘기관차 효과’가 우려된다는 의미다. 기관차 효과는 도박·마약 등 불법이던 것을 합법화하면, 오히려 합법화된 산업이 사회에 부정적인 측면을 유발한다는 해석이다.
◇대마 합법화, 자살 위험 키울 우려
대마는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마약이다. UNODC 추산에 따르면 세계 대마 투약자 수는 2021년 기준 2억1900만명 정도다. 우리나라 인구 4배 수준이다. 아편(6000만명)이나 코카인(3600만명) 등 다른 마약 투약자보다 많다. 계속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UNODC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대마를 투약하는 사람의 수가 21% 늘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대마 합법화가 전체적인 대마 투약자 수를 늘리는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결과다. 그러나 UNODC는 “일단 의료적인 목적으로라도 대마를 접하고 나면 대마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진다”며 “대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고, 합법화로 대마 사용자에 대한 ‘낙인’도 줄어들게 되면 대마 투약자나 중독자가 더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UNOCD는 “대마 합법화로 대마와 관련해 법적 처벌을 받는 사람은 당연히 줄어들지만, 대마 합법화 이후에도 여전히 청년층에서 대마 관련 범죄로 체포되는 사람의 비율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마 합법화로 청년층 투약자의 정신질환 발생률이 높아지고, 자살률도 함께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UNODC는 “2002년에서 2018년 사이 미국 내에서는 청년층(18~34세)의 자살률이 높아졌는데, 대마를 합법화한 주에서 자살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콜로라도주의 경우 2006년부터 2018년 사이 대마 투약과 연관성이 있는 자살의 비율이 3배 늘었다. 청소년들이 쉽게 대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내에서 2017~2020년 고등학생 대마 흡연자의 수가 2배 수준까지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각국 정부들은 대마가 초래하는 ‘보건 비용’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UNODC 조사에서 대마를 ‘정신적인 문제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마약’이라고 답한 국가가 40%로 가장 많았다. 중독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이 가장 많은 마약이라는 질문에도 아편(38%) 다음으로 대마(33%)를 지목한 국가가 많았다.
◇합법화해도 불법 거래도 여전
더 큰 문제는 대마를 합법화해도 음성적인 거래가 완전히 뿌리뽑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1년 캐나다에서 비의료적인 목적으로 대마를 투약한 사람 중 거의 절반 가까이가 미등록·불법 업자를 통해서 대마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UNODC는 “2021년 4분기에는 대마 구입 관련 가계 지출의 40%가 미등록 업체를 통한 것이었다”고 했다.
지난 2월에도 캐나다 정부는 “등록 업체를 통한 합법적인 대마만 구입해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2022년 2월 우루과이에서는 대마 투약자 15만8000명 중 6만9000명만 합법적인 업체를 통해 대마초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암시장인 다크넷(darknet)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마약이 대마다. 2021년 기준 UNODC가 모니터링하는 28개 주요 다크넷에서 가장 많이(91%) 팔린 물건이 마약인데, 거래 마약 중 대마가 48%를 차지했다. UNODC는 “대마가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마약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법적인 대마 투약의 길이 열리면 관련 기업들의 로비로 규제가 계속 느슨해지는 현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UNODC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합법적인 대마 시장은 300억달러 규모인데, 앞으로도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합법화된 대마 시장을 몇몇 대기업들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이 로비를 통해서 계속 영향력을 넓혀나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대마 판매를 통해 거둬들이는 세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2020년 캘리포니아주의 대마 관련 세수는 11억달러, 워싱턴주는 9억1800만달러에 달했다. 콜로라도주도 대마 판매와 관련 3억8700만달러의 세금을 거둬들였다. 주 정부 차원에서도 이러한 세금을 포기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추락하는 대마 관련 주 수익률
심지어 대마는 좋은 투자처도 아니다. 캐나다와 미국, 호주, 이스라엘의 대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Global(글로벌) X 칸나비스의 가격은 지난달 28일 8.2달러로 한 해 전인 2022년 4월 29일(24.24달러) 대비 66.2% 하락한 상태다.
대마 ETF의 가격이 급락한 원인은 세 가지 정도다. 우선 지난해 미국에서 대마 관련 금융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연방 정부 차원에서는 대마 거래가 여전히 불법이기 때문에, 대마가 합법화된 주에서 영업하는 대마 판매 기업들도 금융 거래가 불가능하다.
CNBC는 “현금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대마 판매점이 절도에 노출되기 쉽고, 돈세탁이나 조직범죄에 연루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작년 연말 미 상원에서 은행 등이 대마 관련 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됐으나 좌절된 것이다.
또한 대마 관련 기업이 코로나 사태 이후 저금리 기간에 기술주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비트코인 관련주 등과 함께 대표적인 ‘투기 대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기술주 등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처럼, 대마 관련 주도 거품이 빠지면서 주가가 거듭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마 재배·판매 기업이 너무나 많아지면서 ‘과잉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마 관련 정보기업 BDSA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대마 1g 가격은 9.43달러로 한 해 전(10.83달러)에 비해 13%나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저렴한 대마가 대마 산업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불법 대마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 합법적인 판매 기업들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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