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털자 조회수 100만 터졌다…어찌 참았나, 컬리의 ‘부캐’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3. 5. 6. 07: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일일칠’ 담당 김나연 PD 인터뷰
유튜브 채널 ‘일일칠’ 중 ‘덱스의 냉터뷰’ [사진출처 = 컬리]
입이 근질근질할 것 같았습니다. 속상하기도 하고요. 아버지가 있지만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기자 혼자만의 착각이었습니다. 일부러 아버지를 감추는 것이었습니다.

남이 알아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신비주의’ 전략입니다. 요즘 기업들의 유튜브 채널 행태가 그러합니다. 기업명을 드러내지 않아야 소위 ‘B급 영상’을 만들고, 유튜브 구독자를 확 늘리니까요.

10만명이란 구독자를 확보하기까지 1년6개월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자랑할 법합니다.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이커머스 기업 ‘컬리’의 유튜브 채널 ‘일일칠-117’ 입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컬리 본사에서 만난 김나연(38·사진)PD는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 구독자 수 10만명을 돌파해 유튜브 실버버튼을 획득해섭니다.

컬리 브랜드 마케팅 및 콘텐츠 제작을 맡고 있는 김나연PD
자신을 ‘콘텐츠 중독자’라고 말한 김PD는 요즘 ‘10초 단위’로 확인할 정도로 늘어가는 구독자 수를 확인하는 기쁨에 푹 빠졌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알아봐주겠지’ 라며 버텼어요(웃음). 정말이지 콘텐츠로만 승부를 보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저희가 한 제작한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연예 기사 주인공으로 나오고 영상 내용이 기사로 다뤄지더라고요. 유명 가전업체나 식품업체에서도 협찬을 제안하는데 얼마나 감개무량하던지(웃음).”

일일칠-117에서 2주에 한번 제작해 내놓는 콘텐츠로는 ‘덱스의 냉터뷰’ ‘궤도의 인터식텔라’ ‘정신들체리세요’ ‘식밍아웃’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주구독자인 2030세대 사이 단연 화제는 ‘덱스의 냉터뷰’입니다. UDT출신의 크리에이터 ‘덱스’가 화제의 인물들을 만나 그의 냉장고를 파헤치며, 좋아하는 음식에 관해 얘기하고 요리를 하는 코너입니다.

“저를 포함해 총 5명의 팀원들이 화제성 있는 인물, 소재 찾기에 매달리고 있어요. ‘냉터뷰’ 속 인터뷰이는 무엇보다 화제성 높은 인물을 발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그러면서 기존 매체나 채널에서는 보지 못한 신선한 조합을 시도해보는데, 이런 시도를 구독자 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유튜브 채널 ‘일일칠’에 출연한 리리코, 다나카, 서준엄마 [사진출처 = 컬리]
가령 요즘 각광받는 크리에이터 ‘꼬츠미남 다나카’나 ‘신도시 주부 서준맘’, ‘BJ 리리코’ 등 3명을 다 같이 출연시켜 이들끼리 보여주는 환상의 궁합을 보여주는 식입니다.

또 여행지를 소개해주는 여행 유튜버들이 어디에서도 얘기하지 않은 내용, 그러니까 여행시 즐겨먹는 음식들에 대해 얘기할 때 인터뷰이도, 구독자도 다 새롭다고 느끼고 즐거워하는 겁니다. 이같은 영상들의 조회수는 모두 100만회를 넘겼습니다.

여태 기업명을 밝힌 적이 없습니다만, 일일칠-117은 계속 ‘식(食)’과 관련된 식재료, 식문화, 식습관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를 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요리를 잘하는 사람만 출연시킨 것은 아니고요. 요리를 강요하지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컬리에 입점한 식재료에 대해서만 얘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을 섭외하는데 최선을 다했어요. 그들이 말하는 레시피나 장보기 등에 관해 얘기하면서, ‘나도 요리 못하는데, 이렇게 하면 맛있더라’라는 식으로 저희와 함께 하면 요리가 쉽고 재밌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죠.”

일종의 ‘푸드 콘서트’와 같은 콘셉트를 내세운 진정성에 주구독자인 20대가 반응을 했습니다. 영상 한 편당 1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고, ‘좋아요’는 3만개 이상이 찍혔으니까요.

컬리의 주고객은 구매여력이 큰 3040세대입니다. 일일칠-117의 주구독자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들의 반응에 컬리 내부적으로 고무된 이유는 이들이 컬리의 잠재고객들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잠재고객들이 컬리란 브랜드에 호감이 생기고, 한층 더 친근하게 여기게만 만들어도 일일칠-117의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고 보는 겁니다.

“사실 컬리의 식품 설명이나 주채널의 내용은 진지함 그 자체죠.”

김PD가 고백 아닌 고백을 합니다. 그러고보니 컬리 김슬아 대표가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출신이네요. 식품 정보를 정확하고 깊이있게 분석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일로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컬리의 주특기입니다.

하지만 일일칠-117은 진지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재미’를 우선적으로 추구합니다.

“저희는 그야말로 컬리의 ‘부캐(부 캐릭터)’에요. 진지한 컬리와 달리 ‘유머러스하다. 재밌다’는 반응을 얻으면 그게 최고죠.”

팀원 4명과 매일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콘텐츠 얘기를 나눈다는 그는 오는 6월 또 다른 ‘예능’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누가 출연하는지 캐묻는 기자의 질문에 역시나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궁금하면 구독해서 보는 수밖에요.

컬리의 로고리스(logoless) 전략이 빛을 본 일일칠-117의 다음 행보가 기대됩니다. (참고로, 채널명이 일일칠인 이유는 컬리의 새벽배송 시간이 밤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여서라고 합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