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승+단독 1위 그 후…서튼도 체감, 2008년 로이스터가 떠오른다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감독님, 감독님 사진 찍어주세요"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24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15승 9패 승률 0.625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초반 스타트는 썩 좋지 못했던 롯데, 하지만 지난달 20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부터 30일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까지 8연승을 질주하면서 단독 1위로 4월을 마쳤다. 롯데의 단독 1위는 2012년 7월 7일 이후 3949일 만이었다.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롯데는 이달 2일 광주 KIA전까지 9연승을 달렸는데, 이는 2008년 8월 30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5383일 만이었다. 당시 롯데는 구단 최고 연승 기록인 11연승을 질주했다. 3일 KIA전에서 2-10으로 패하면서 10연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구단 역사에 남을 만한 돌풍을 일으킨 것은 분명했다.
2008년 롯데가 11연승을 질주, 65승 61패 승률 0.548로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던 당시 부산은 매일이 축제의 분위기였다. 당시 롯데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과 선수들은 식당에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사진과 사인 요청이 끊이질 않는 등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던 시기.
구단 2위 기록인 9연승을 달린 현재 래리 서튼 감독도 당시와 흡사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을까. 서튼 감독은 5일 사직 삼성전에 앞서 '좋은 성적에 대한 인기를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부산에 계신 롯데 팬분들은 물론, 전국에 계신 많은 팬분들의 성원과 서포트가 롯데 자이언츠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8년의 분위기까지는 아니지만, 롯데의 좋은 성적은 '흥행'과도 직결되고 있다. 7연승을 달리고 있던 롯데는 지난달 30일 사직 키움전에서 시즌 '첫' 매진을 기록했다. 당시 2만 2990장의 티켓이 모두 판매됐고, 롯데는 만원관중 앞에서 8연승을 내달렸다. 그리고 비로 인해 경기가 열리지 않았지만, 5일 경기도 마찬가지로 매진을 기록했다. 야구장을 떠났던 팬들이 다시 사직구장으로 돌아오는 분위기다.
서튼 감독도 점점 달아오르는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그는 "길을 가거나 식당에 많은 팬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어린 친구들은 '감독님, 감독님'하면서 사진을 찍어달라던가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요청하지 않더라도 함께 대화를 하고 친숙하게 다가와 주시는 모습에 너무 감사드린다"며 "굉장히 즐거운 분위기"라고 미소를 지었다.
서튼 감독의 이야기보따리는 이어졌다. 사령탑은 "사직구장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아파트의 많은 남자 어린이들이 살고 있다. 아이들이 내게 축구를 같이 하자고 하던가, 피구를 같이 하자고 한다. 특히 '언제 피구할 거냐'고 묻기도 한다"며 "다들 피구를 잘하더라"고 껄껄 웃었다.
사령탑은 '피구를 같이 하면서 어린이들을 야구로 끌어들이는 것은 어떠냐'는 취재진의 말에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팬들을 위해서 존재한다. 그리고 팬들을 위해서 야구를 한다. 팬들이 없다면 야구 선수들은 가치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4월을 2위로 마치며 엄청난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5월 코로나19 확진자와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등 어린이날 직후 삼성 라이온즈와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하면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다르다는 것이 서튼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작년은 작년, 올해는 올해다. 작년과 올해는 엔트리가 달라졌고, 팀 색깔도 조금 달라졌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강하다. 4월에 좋은 모습을 보였고, KIA전에서도 좋은 내용의 경기를 했기 때문에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령탑은 "과거와 달리 올해는 뎁스가 좋아졌다. 기존의 코어 선수들과 FA 선수들, 젊고 운동신경이 좋은 유망주들까지 다이나믹한 라인업과 엔트리로 구성이 돼 있다. 이전과 달라진 롯데 자이언츠다. 더 높은 곳,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시리즈를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꾸준하게 높은 경기력이다. 이를 시즌 내내 얼만큼 꾸준하게 가져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 서튼 감독이 2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되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기아-롯데의 경기 전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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