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AI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트랜센던스(Transcendence)라는 영화가 2014년에 개봉됐을 때 충격이었다. 인공지능(AI) 컴퓨터를 개발하던 주인공 ‘윌’이 죽자 연인이 윌의 의식을 컴퓨터에 옮긴다. 육체는 없지만 윌은 컴퓨터에서 다시 부활한다. 그리하여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지식을 빛의 속도로 섭렵해간다. 주식시장에서, 혹은 남의 계좌에서 얼마든지 돈을 빼낼 수 있고 급기야 자신을 복제하고 그 복제한 육체에 자신의 의식을 옮겨서 부활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윌은 육체와 컴퓨터를 오가며 그야말로 불사의 전지전능자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영화 제목도 ‘초월(transcendence)’이라고 붙였다. 초월자가 바로 신이 아닌가. 그 보다 더 앞서 나온 영화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주연한 ‘터미네이터’다. 여기에는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인공지능 스카이넷에 맞서 사라 코너가 싸운다.
알파고가 나오더니 급기야 챗GPT가 나왔다. 알파고는 연산이나 하는 건가 생각했는데 챗GPT는 그야말로 인간과 대화를 하는 경지다. 카이스트의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는 챗GPT와 더불어 사랑, 정의, 행복을 이야기 한다. 그뿐 아니라 지구를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 대책을 이야기하고(아직은 원론적이다) 신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눈다. 시, 소설 등을 척척 써낸다. 공상과학 소설도 얼마든지 뚝딱 쓴다. 그 내용이 만만치 않다.
필자도 사용해봤다. 아직은 불완전하다. 단어가 나오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의미가 연결되기에 배가 산으로 갈 때도 많다. 미래에셋에 다니는 김경록을 소개해보라고 하니, 미래에셋은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이 먼저 나오고, 그래서 김경록도 글로벌 업무를 담당했을 거라고 나온다. 그리고 글로벌 업무에는 인수, 합병 등이 많으니 김경록을 글로벌 M&A 전문가로 둔갑시켰다. 채권운용, 경제분석, 생애자산관리가 주업무인 필자가 갑자기 챗GPT에서 글로벌 M&A 전문가가 되었다.
그럼에도 챗GPT로 대변되는 AI는 대세로 자리잡는 듯하다. 영화 트랜센던스나 터미네이터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서 AI를 잠깐 중단시키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먹혀 들지 않는 듯하다. 이미 기업들은 AI를 통해 효율을 높이려 한다. 효율을 높인다는 게 뭔 별다른 게 있겠는가? 사람 줄이고 AI를 쓰겠다는 거다. 교육 받을 필요없이 AI와 대화하면서 배우면 되니 교육 관련자들이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공교육이라는 학교 제도는 빨리 변하지 않겠지만 사교육은 사정이 다르다 보니, 미국 사교육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인재 채용 때 서류 심사하고 1차 면접하는 사람들도 필요 없어지고 있다. 게임업체는 일러스터레이터 채용을 줄이고 있다. AI는 다방면에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강의와 글 쓰기를 많이 하는 필자도 일자리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So What? 두 가지 방법이 있다.
AI를 배워 내가 활용하는 것이다. 기술혁신은 과거에도 있었다. CAD(computer aided design)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설계 도면을 직접 그리고 있던 사람 중 이를 빨리 배운 사람은 능률을 배가시켰다. AI 발전도 CAD 확산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CAD는 2차원 드로잉 용도로 그렸지만 이제는 2차원 도면은 따로 없고 3차원을 사용하며 건축, 토목, 기계에서 패션, 게임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산업별 특화된 CAD 소프트웨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AI도 인사, 법률, 의료 등 특화된 분야의 정보를 통해 학습된 전문 AI들이 나오고 있다. CAD는 디자인에서 다양한 영역으로 사용 범위를 넓혀 제품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일찍 이를 활용한 사람과 옛 기술을 고집한 사람의 차이는 명약관화하다.
AI는 퇴직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조직을 갖추지 않아도 AI를 통해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 산업의 현황’이라는 보고서를 쓴다고 하면 자료 조사 직원과 자료 원천에 접근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있으면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다. 강의 자료 작성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직원들이 있어야만 용이했던 일들이 AI를 통해 한 명이 할 수 있게 된 시대가 온 것이다. 챗GPT와 같은 AI 활용법을 배워야 한다. 이미 AI는 대세이기에 배우지 않으면 그 격차만 커질 따름이다. 과거에 ‘잉글리시 디바이드(영어 격차)’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AI 디바이드’가 나타날 것이다.
또 다른 대응으로는 AI 관련 혁신 기업의 주식을 갖는 것이다. ‘가장 좋은 친구는 나와 다른 친구’라는 말이 있다. 내가 AI에 취약한 직업을 갖고 있으면 AI 혁신기업의 주식을 가지면 된다. 내 일자리가 취약해지면 AI의 성능이 좋다는 것이고, 이는 AI 기업의 수익이 많아져 주가가 오른다는 뜻이다. 좋은 포트폴리오가 된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밀려나자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 그 운동은 성공하지 못했다. 추세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 노동자들이 기계를 때려 부술 게 아니라 자본가에게 주식을 나눠줄 것을 요청하여 그 의견이 관찰되었다면 노동자들의 삶은 더 좋아졌을 것이다. 아무리 밤잠을 안 자고 열심히 일해도 AI를 따라 잡지 못한다. 혁신의 시대에 근로자들이 혁신 자본을 갖는 게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경제발전론에 ‘고속도로 이론(turnpike theorem)’이 있다. 고속도로 만들 돈 없다고 돈 벌 때까지 국도를 달릴 게 아니라, 돈을 빌려서라도 고속도로를 건설하여 하루라도 빨리 고속도로로 진입해서 달리라는 것이다. 개인의 적응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배우면서 적응할 게 아니라 AI가 대세라고 판단되면 빨리 배워서 ‘AI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게 낫다. 그리고 혁신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까지 하면 덤이다.
bsta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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