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대해부] 원가 10% 넘는 리튬, 세계가 확보 쟁탈전
LG 1200만대, SK 600만대 생산분 확보
대한민국의 반도체 신화를 이을 산업으로 2차전지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중국 제외)에서 국내 2차전지 빅3 업체의 점유율은 53%로 절반을 넘었다. K배터리의 위상은 배터리셀을 넘어 소재와 장비 등 2차전지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2030년 전기차 생산이 5400만대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차전지를 놓고 ‘배터리 패권경쟁’을 펼치는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2차전지를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원자재가 필요하다. 2차전지의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만 따져봐도 니켈, 망간, 코발트, 알루미늄, 인산, 철, 흑연, 실리콘, 구리 등이 가공·배합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 중에서도 리튬은 가장 핵심 원자재로 꼽힌다. 2차전지 원가의 약 30%가 양극재인데, 그 양극재 원가의 45% 정도를 리튬이 차지한다. 전체 2차전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으로, 리튬을 ‘21세기 하얀 석유’라고 부르는 이유다.
리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튬의 물질 특성상 다른 원자재로 대체하기 힘들어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해외 리튬 생산업체와 손을 잡거나, 직접 자원 개발에 뛰어들었다.
POSCO홀딩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 있는 리튬메탈 부존량(존재하는 자원의 총량)은 탄산리튬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5억2136만톤(t)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로, 광물 탐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2021년보다 10%가량 늘었다. 올해 예상되는 완성차 판매량 8500만대가 모두 전기차라고 해도 150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보통 전기차 한 대의 배터리에 탄산리튬은 40㎏ 안팎 들어간다.
부존량은 넉넉해 보이지만, 기술의 한계와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채굴할 수 있는 양(매장량)은 지난해 기준 1억3832만t으로 부존량의 27% 수준이다. 지난해 리튬을 실제 생산한 양은 매장량의 0.5%인 69만t에 그쳤다. 리튬 개발과 생산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전 세계에서 리튬 부존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볼리비아는 2008년에 리튬을 국유화한 이후 개발에 실패하면서 아직 유의미한 상업 생산을 못하고 있다.
리튬은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리튬은 가장 가벼운 금속 물질로 에너지 등에 활발히 반응하고 전기도 잘 흐르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리튬의 특성을 활용해 리튬이온 배터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 리튬이온이 양·음극을 오가면서 충전·방전하는 방식이다. 리튬이온이 음극재로 가면 충전이 되고, 다시 양극재로 이동하면 에너지가 발생한다.
양극재를 구분하는 기준도 리튬이다. 국내 기업이 주력으로 하는 삼원계 양극재는 NCM(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전구체에 수산화리튬을 배합해 만든다. 중국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는 인산·철 전구체에 탄산리튬을 더해 생산한다.
리튬 수요는 2차전지 성장에 따라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가 상용화하면, 리튬이 음극재에도 쓰일 수 있다. 전고체 전지는 기존에 액체였던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성능과 안정성을 대폭 강화한 전지다. 현재는 리튬이 충전·방전을 거듭하면서 부풀림 현상이 나타나 음극재에 적용하기 어렵지만, 전고체 전지에선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튬의 에너지 용량(3680mAH/g)은 현재 음극재 원료로 쓰이는 흑연(300mAH/g)보다 10배 이상 많다. 포스코홀딩스는 전고체 배터리 시대가 오면 리튬 사용량이 지금보다 27%에서 45%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은 리튬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스노우레이크(Snowlake)와 수산화리튬 10만t을 10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칠레 SQM과 9년간 탄산·수산화리튬 5만5000t ▲캐나다 아발론(Avalon)과 5년간 수산화리튬 5만5000t ▲독일 벌칸에너지와 5년간 수산화리튬 4만5000t ▲시그마리튬의 브라질 광산에서 리튬정광 6년간 69만t ▲호주 라이온타운과 리튬정광 5년간 70만t 등의 리튬 공급망을 확보했다. 이 계약들은 전기차 1200만대를 생산할 수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중국 야화(Yahua)와 손잡고 모로코에서 수산화리튬 생산도 추진하기로 했다. LG화학도 지난 2월 미국 광산 업체인 피드몬트 리튬과 총 20만t 규모의 리튬정광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SK온은 SQM으로부터 5년간 수산화리튬 5만7000t을 공급받기로 했고 레이크리소스에 지분 10%를 투자하며 10년간 아르헨티나 염호의 고순도 리튬 23만t을 확보했다. 총 전기차 6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계약들이다.
SK온은 호주 광물회사인 글로벌리튬과도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상태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기준 중국 간펑리튬의 지분을 0.8% 보유하고 있고, #에코프로##도 독일 AMG리튬으로부터 2024년부터 연간 5000t의 수산화리튬을 받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리튬 광석을 활용해 수산화리튬을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광석을 이용한 수산화리튬은 오는 10월에, 염호산 수산화리튬은 2024년 2분기 중에 첫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이 올해 삼성SDI와 40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따낸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30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추가로 맺을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리튬 공급망을 강화하려면 원료 확보뿐만 아니라 국내 리튬 제련·가공 역량을 강화하고, 폐전지 리사이클링(재활용) 사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수산화리튬 수입 중 중국 비중이 84.1%였고, 탄산리튬 수입의 경우 칠레산이 80.8%였는데 제련·가공의 한계 때문이었다.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현재 본격적으로 가동 중인 리튬 제련·가공 국내 공장은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정도이고,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등이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해도 충분하지 않다”며 “제련·가공 역량과 고순도 리튬을 뽑아낼 수 있는 리사이클링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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