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때문인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지난 3월 펼쳐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은 조별리그 탈락을 겪었다.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호주에게 7-8로 패했고 '맞수'로 여겼던 일본에게 4-13으로 대패를 당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2023 WBC에 참여한 KBO리그 선수들이 줄부상을 당하고 있다. 또 이정후, 김광현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한국 WBC 대표팀 사령탑 이강철 감독은 kt wiz를 이끌고 4월 막판 9연패를 기록했다.
WBC 다녀온 선수들, 부상자 속출
WBC는 시즌 시작 전인 3월에 펼쳐지기에, KBO리그 선수들은 평소보다 몸을 일찍 만들어야 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일반적인 시즌과는 다른 과정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심지어 대표팀의 애리조나 캠프는 이상 기후로 인해 추웠다. 이로 인해 부상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컸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3월 WBC에서 마무리투수 고우석을 활용하지 못했다. 고우석이 한신 타이거즈와 평가전을 치르다 어깨통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이후 재활을 거쳐 지난달 18일 1군 엔트리로 복귀했다. 하지만 지난 4월30일 KIA 타이거즈전 이후 허리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결국 허리 근육통으로 또다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고우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WBC에 참가한 수많은 KBO리그 선수들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일본전에 등판했던 '에이스' 김광현은 2023시즌 시작 후, 어깨 염증으로 한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불펜투수로 활약했던 소형준 또한 지난 4월2일 LG 트윈스전 이후 오른쪽 전완근(팔뚝 근육) 염좌 진단을 받았다.
NC 다이노스의 마무리투수 이용찬은 피로 증가로 인한 컨디션 저하를 겪으며 지난 1일 2군으로 내려갔다. LG 좌완 선발투수 김윤식도 허리 통증으로 인해 선발 등판 날짜를 미뤘다.
야수진 또한 부상자로 가득하다. 이강철호의 외야수였던 나성범은 시즌 시작 전, 발가락 부상을 입었고 최지훈 또한 지난 4월29일 발목 인대 염좌 부상을 당했다. 유격수 오지환은 4월 초, 복사근 부상을 입었다가 복귀했고 1루수 박병호는 지난달 30일 햄스트링 미세손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대표팀 주장이었던 김현수 또한 허리 불편함으로 인해 4월말 결장하기도 했다. WBC에 참가했던 28명의 KBO리그 선수들 중 무려 1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WBC 후유증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결과다.
이정후부터 김광현까지, 믿기 힘든 부진들
부상 말고도 부진에 빠진 선수들이 많다. 이정후가 대표적이다. 이정후는 4월 동안 타율 0.218, 3홈런, OPS(장타율+출루율) 0.678에 그쳤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믿기 힘든 수치다.
이정후는 2022시즌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193안타,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를 기록했다.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과 더불어 2022시즌 KBO리그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2023시즌 초반엔 평범한 타자로 전락했다.
대표팀에서 오랜 시간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광현도 부진에 빠졌다. 어깨 염증으로 한 차례 1군에서 제외되는 등 컨디션 난조를 겪었던 김광현은 4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00(18이닝)을 기록했다.
김광현은 불과 2021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던 선발투수다. 2022시즌 KBO리그 복귀 후,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3시즌 4월 김광현은 KBO리그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지난해 '홀드왕' 정우영은 평균자책점 4.22를 기록 중이다. 시속 150km 초,중반대 투심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던 정우영은 구속 저하를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4월에 6홀드를 수확했지만 3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LG 좌완 선발투수 김윤식도 4월 평균자책점 4.05로 부진했다. 특히 매이닝 주자들을 루상에 내보내면서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80을 기록하고 있다. 정우영처럼 구속 저하 속에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롯데 국내 에이스이자, 2023 WBC에서 선발투수로 나서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던 박세웅은 4월 1패, 평균자책점 5.12로 무너졌다. 제구력에서 종종 무너지며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의 kt wiz, 9연패 추락
선수들만 부진에 빠진게 아니다. 한국 WBC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이강철 감독은 kt wiz를 이끌고 4월 막판 9연패를 기록했다. 2023시즌 시작 전, kt wiz가 우승후보로 꼽혔던 것을 가만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kt wiz의 부진엔 속출하는 부상자들이 큰 지분을 차지했다. 선발투수 소형준부터 필승조 주권, 김민수, 주전 내야수 황재균, 중견수 배정대, 2022시즌 '홈런왕' 박병호까지 굵직한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결국 kt wiz는 힘을 쓰지 못했다.
위기를 타개할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도 보이지 않았다. 부상을 대비한 플랜B는 뚜렷하게 없었다. WBC 기간 동안 팀을 떠났던 것도 영향을 미친 모양새다. 최근 3시즌간 가을야구 티켓을 끊었던 kt wiz는 4월말 9위까지 추락했다. 이강철 감독도 WBC 참사에 이어 고난의 시간이 찾아왔다.
지난 3월 펼쳐진 WBC. 조기 탈락으로 인해 한국 야구대표팀은 일찍 귀국했지만 그 여파가 상당하다. 무려 10명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고, 이정후부터 박세웅까지 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집단 부진에 빠졌다. 이강철 감독은 지도자 생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WBC 후유증이 KBO리그를 강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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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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