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의 차이나 트렌드] 애플 등판도 안 했는데…삼성, 중국서 폴더블폰마저 밀려났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3. 5. 6.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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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23일 중국 남서부 쓰촨성 청두시 타이쿠리 쇼핑몰의 대형 전광판 3D(3차원) 디지털 전광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 4′와 ‘갤럭시 Z 플립 4′ 폴더블폰 광고 영상이 나오고 있다. /청두=김남희 특파원

지난달 23일 중국 남서부 쓰촨성 청두시 시내 대형 전광판 앞 광장이 인파로 가득찼다. 쇼핑몰 외벽 3D(3차원) 디지털 전광판 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판다를 보려는 사람들이다. 과연 판다의 도시다웠다. 판다가 좀더 오랫동안 나오면 좋으련만, 중간중간 끊임없이 다른 광고가 끼어들었다. 그중 하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 4’와 ‘갤럭시 Z 플립 4’ 폴더블폰 광고. 판다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혹여 판다를 놓칠까, 광고 영상을 주시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수년째 고전 중인 것은 익히 알려졌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1%가 안 된다. 그렇게 된 지 이미 오래됐다. 중국 주요 도시에서 삼성 스마트폰 매장도 대부분 없어졌다. 매장이 대부분 사라져 한동안 중국 소비자는 삼성 제품을 만져볼 기회조차 없었다.

중국 베이징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 4’와 ‘갤럭시 Z 플립 4’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그런데 최근 1년여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 중국 주요 대도시에 삼성 스마트폰 전용 매장이 하나둘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 철수설 속에 2021년 12월 한종희 부회장 직속으로 탄생한 중국사업혁신팀이 오프라인 유통 채널 확장 전략을 실행하면서다. 길거리에서 오며가며 마주치는 광고도 늘었다.

삼성이 점유율 0%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재도전하면서 전면에 내세운 것이 폴더블폰이다. 대부분 중국 소비자에게 아직까진 새롭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폴더블폰을 앞세워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찾겠다는 전략이었다. 중국 시장 전용 에디션도 내놨다.

중국 베이징의 전자제품 매장에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 4’와 ‘갤럭시 Z 플립 4’의 중국 전용 에디션인 심계천하 W23과 W23 플립 제품이 진열돼 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그런데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한 후 삼성의 중국 폴더블폰 점유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올 들어 삼성은 중국 폴더블폰 시장에서 1위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3위까지 밀려났다. 세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1위라는 브랜드 파워가 중국 시장에선 도무지 힘을 못쓰고 있는 상황이다. 폴더블폰 시장에서마저 재기의 문이 좁아진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IDC 집계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1분기 중국 폴더블폰 시장에서 3위로 처졌다. 오포(Oppo)가 점유율 35.0%로, 처음으로 화웨이(Huawei 24.9%)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오포가 올해 2월 출시한 ‘파인드 N2′와 ‘파인드 N2 플립’이 히트를 쳤다. 화웨이는 2021·2022년 2년 연속 5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나, 올 들어 점유율이 반토막 났다.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 중국 오포(Oppo)의 폴더블폰 ‘파인드 N’ 시리즈가 진열돼 있다. /쑤저우=김남희 특파원

삼성의 1분기 중국 폴더블폰 점유율은 18.4%로, 3위로 떨어졌다. 아너(Honor)가 10.5%로 4위, 샤오미(Xiaomi)가 5.6%로 5위, 비보(Vivo)가 4.5%로 6위, 레노버(Lenovo)가 1.1%로 7위를 차지했다.

이미 삼성의 중국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였다. IDC 집계에 따르면, 2021년 삼성 점유율은 28.8%로, 화웨이(49.3%)에 이어 2위였다. 삼성은 2022년 전체로도 2위 자리를 지켰으나, 점유율은 16.5%로 뚝 떨어졌다. 삼성과 화웨이의 점유율을 가져간 곳이 오포다. 오포의 중국 폴더블폰 점유율은 2021년 6.1%에서 2022년 13.8%, 2023년 1분기 35.0%로 수직 상승했다.

중국 산시성 시안시의 한 쇼핑몰 안에 한국 삼성전자, 중국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매장 등이 모여 있다. /시안=김남희 특파원

중국 폴더블폰 시장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침체 중에도 고가 프리미엄 부문인 폴더블폰 시장은 유일하게 성장 중이다. IDC 집계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8600만 대로, 1년 전 대비 13.2% 감소했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연간 출하량이 3억 대 아래를 기록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1분기에도 중국 내 스마트폰 출하량은 6544만 대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1.8% 감소했다. 2022년 1분기 출하량이 14% 감소한 이후, 5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면 폴더블폰 시장은 활기차다. 2022년 중국 폴더블폰 출하량은 330만 대로, 2021년(150만 대) 대비 118%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폴더블폰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 대비 53% 늘어난 102만 대로 집계됐다. 3개 분기 연속 출하량이 100만 대를 넘어섰다.

2023년 2월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국제공항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S23 시리즈 광고가 걸려 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미국 애플이 폴더블폰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전자 vs. 중국 브랜드’ 경쟁 구도다. 화웨이 외에 폴더블폰을 출시한 중국 기업이 없던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은 폴더블폰 선두주자로서 중국에서 해 볼 만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기업이 폴더블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베이징의 샤오미 매장에 폴더플폰 '샤오미 폴드 2' 제품이 진열돼 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중국 기업들은 2021년 12월 폴더블폰을 쏟아내며 삼성에 도전장을 냈다. 중국 폴더블폰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금방 삼성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중국의 추격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고 거셌다. 중국 폴더블폰은 초기에 삼성 제품을 베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기술을 쌓고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이젠 부분적으론 삼성의 기술력을 뛰어넘는 제품을 내놓는 상황이다.

중국 상하이의 관광지 난징둥루에 한국 삼성전자, 미국 애플, 중국 화웨이 매장이 몰려 있다. /상하이=김남희 특파원

오포는 2021년 12월 삼성 ‘폴드3′와 비슷한 형태의 첫 폴더블폰 ‘파인드 N’을 출시했다. 오포는 힌지(경첩) 기술 면에서 최강이란 평을 받는다. 폴더블폰의 취약점인 화면 주름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공을 들였다. 부드럽게 접히고, 접을 때 화면에 생기는 주름도 적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한국 기업 주재원은 “삼성이 세계 폴더블폰 1위라지만, 폰을 접고 펼 때 여전히 뻑뻑함이 심한데, 오포 폴더블폰은 부드럽게 접혔다 펴지고, 화면에 만져지는 주름도 거의 없다”고 평했다.

오포는 올해 2월 파인드 N 시즌2를 출시하면서 플립형인 ‘파인드 N2 플립’에 플립형 폴더블폰 중 가장 큰 3.26인치 크기 외부 화면을 장착했다. 전화기를 펼치지 않아도 외부 화면만으로도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은 플립형 폴더블폰에 줄곧 1인치대 화면을 탑재했는데, 하반기 출시할 신제품 ‘갤럭시 Z 플립 5′엔 오포처럼 3인치대 외부 화면을 넣을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화면을 키워 폰을 접은 채로도 활용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중국 한 매체는 “오포 ‘파인드 N2 플립’은 대형 외부 스크린 디자인을 적용한 첫 세로형 폴더블폰으로, 1분기에 이 모델로만 삼성 폴더블폰 전체 점유율보다 높은 22% 점유율을 기록했다”며 “삼성이 훨씬 작은 오포에 기술력에서 추월 당했다”고 했다.

중국 산시성 시안의 쇼핑몰 안 비보(vivo) 매장에서 소비자가 폴더블폰 제품을 체험해 보고 있다. /시안=김남희 특파원

애플이 업계 예상대로 2025년쯤 폴더블폰을 출시할 경우, 중국 시장 내 삼성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이르면 내년 폴더블 아이패드를 먼저 내놓고, 그후에야 폴더블 아이폰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삼성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과 1·2위 싸움을 하지만, 중국 시장에선 판매량 면에서 애플보다 한참 밑이다. 중국 소비자는 중저가 시장에선 중국 국산 브랜드를, 고가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 아이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애플이 접는 아이폰을 내놓을 경우, 중국 프리미엄 폴더블 시장에선 애플이 경쟁 우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베이징 싼리툰의 애플 스토어 매장.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삼성과 애플의 두 수장은 최근 중국 방문 당시 극과 극의 행보를 보여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모두 올 3월 25~27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층포럼(CDF)’ 참석 차 베이징을 방문했다. 코로나 방역 종료 후 리창 중국 총리를 비롯한 시진핑 집권 3기 지도부가 베이징에서 외국 경제계 인사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팀 쿡은 행사 개회 하루 전인 24일 베이징 싼리툰의 애플 스토어를 방문해 시민과 소비자로부터 스타 대접을 받았다. 중국 소셜미디어에 팀 쿡의 애플 스토어 방문 현장 영상이 도배될 정도였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2020년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에 다녀간 후 3년 만의 중국 방문에서 조용하게 움직였다. 팀 쿡과 달리, 공개적으로 삼성전자 매장을 찾지도 않았다. CDF 행사 현장에서 한국 취재진과 마주쳤을 때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새로운 반도체법을 발표한 직후의 중국 방문이라 공개 발언을 피하며 잠행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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