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의 무게를 견뎌라…英 찰스3세의 과제
왕실 여론 악화…젊은층 지지 끌어내기 관건
英연방 분리 해제 움직임…구심점 가능할까?
영국이 6일(현지시간) 본격적인 찰스3세 시대를 맞는다.
지난해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찰스 3세는 자동 즉위했지만, 대관식이라는 화려하고 격식있는 의례를 치름으로써 만천하에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임을 공식 선포하게 된다.
찰스 3세의 왕위 계승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찰스 3세가 9살이던 1958년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 무려 65년간 왕위 계승을 준비해온 셈이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BBC는 찰스 3세의 즉위 이후 역사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새 국왕이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해있으며 그의 앞길에 많은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왕실, 국민의 신뢰 회복 급선무
찰스 3세가 앞으로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는 왕실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회복하는 것이다. 왕실 역사가 리처드 피츠윌리엄스는 BBC에 "찰스 3세 국왕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젊은 세대가 왕실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지난 2021년 영국인 4870명을 대상으로 입헌군주제에 대한 선호도를 물은 조사에서 18~24세 젊은 응답자 중 31%와 25~49세 응답자의 53%만이 "왕이나 여왕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65세 이상의 81%에 비해 훨씬 낮다.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뀔수록 왕실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대관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다수 영국인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다. 유고브가 최근 영국 거주 성인 3천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대관식에 관심이 '거의 없다'라거나 '전혀 없다'고 했다.
사실 찰스 3세는 인기 없는 왕세자였다. 다이애나빈과의 이혼, 카밀라 파커 볼스와의 불륜, 정치개입 논란, 사우디 자금 수수 등으로 그는 영국 국민의 '비호감'이었다. 해리 왕자 부부와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왕실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도 국민적 반감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역사학자 에드 오언스는 뉴욕타임스에 "과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은 국가와 왕실의 새 출발을 상징했지만, 이번 찰스 3세의 대관식은 가족 간 불화로 윈저 가문이 분열되고 쇠퇴한 이후에 이뤄진다는 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영국 왕실도 여론의 향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선 고물가로 어려운 상황 등을 감안해 대관식 규모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 다문화, 다종교로 변화하는 영국 사회에 맞춰 다양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대중적 인기가 좀 더 있는 윌리엄 왕자가 향후 자주 등장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흔들리는 英연방…새로운 관계 설정 시급
찰스 3세 시대, 영국 왕실의 위기는 왕실 일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갈수록 구심점이 약해지는 영연방(Commonwealth)의 앞날이 걸려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독립국 56개국으로 구성된 영연방의 강력한 구심점이 돼왔다.
그러나 과거 화려했던 제국주의 군주국의 모습은 퇴색됐고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영향력도 크게 위축됐다. 찰스 3세는 즉위와 함께 영연방의 수장이 됐지만, 상황은 어머니 때와 다르다.
일부 영연방 국가는 최근 몇 년간 영국 왕실과의 관계 정립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1년 카리브해 섬나라이자 노예 무역의 중계지였던 바베이도스는 독립 55년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을 선출했다. 이로써 더 이상 여왕을 국가원수로 섬기지 않고 영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
군주제에서 벗어나 공화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자메이카, 바하마, 벨리즈 등 다른 카리브해 국가에서도 진행중이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지난해 이들 국가를 방문했을 때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과 노예제 사과를 요구 받기도 했다.
영연방을 구성하는 호주와 캐나다에서도 공화제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편이다. BBC는 영연방 국가와의 관계를 보다 현재적으로 재정의하는 것이 찰스 3세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내에서도 군주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식어가고 있다. 아예 군주제를 폐지하자는 공화주의자들의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웨일스의 분리 독립 조짐도 눈여겨볼 일이다. 특히 브랙시트 이후 경제적 타격이 큰 스코틀랜드는 독립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찰스 3세는 이처럼 흔들리는 군주제와 영연방 체제를 어떻게 조율하고 통합할 수 있을까. 드디어 65년만에 왕관을 쓰는 찰스 3세 앞에는 왕실과 국왕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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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미현 기자 marialmh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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