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함봉산 동굴·미쓰비시 줄사택'..."아픈 역사 보존하자"

민대홍 2023. 5. 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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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어제부터 사흘 동안 사라져 가는 국내 강제동원의 현장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인천시가 철거를 계획하고 있는 일제 강점기 무기 공장 '조병창' 인근에는 일본군이 만든 지하 동굴과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의 사택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벌어진 강제동원의 현장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방치돼 있습니다.

민대홍 피디가 직접 가봤습니다.

[PD]

인천 부평 함봉산.

평범한 마을 뒷산처럼 보이지만, 땅속에 특별한 시설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미군 폭격을 피해 무기를 보관하려고 만든 27개의 지하동굴.

제가 나와 있는 이곳은, 부평 지하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C구역 6번 동굴인데요.

성인 남성 네 명 정도가 함께 걸을 수 있을 만큼 넓고, 길이도 무려 150m에 달합니다.

[김형선 / 부평문화원 지역 문화해설사 : 우리 조선의 어린 학생들이 긴 정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해머를 들고 일일이 사람의 힘으로 구멍을 팠습니다. / 그 흙을 천 따위에 담아 나무 막대에 끼워서 2인 1조로 밖으로 흙과 돌 조각을 날라야 했습니다.]

일본군이 작성한 '인천 육군조병창 상황보고'를 보면 함봉산 지하 동굴 건설에 조선인 4천 명을 강제동원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어시장 상인들의 젓갈 창고로 쓰이다가, 2016년 한 곳에서만 탐방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27개 지하동굴 가운데 4곳은 도시개발로 소실됐고, 일부 동굴은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눈에 띕니다.

[김규혁 / 부평문화원 기획사업팀장 : 부평 지하호가 강제동원의 역사가 담긴 현장인데 개인 사유지에 있다 보니까 어떤 그러한 것들의 원형을 보존하고, 다음 후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게 분명히 필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다는 점이 좀 많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근처에는 80여 년 전 전범 기업 미쓰비시가 지은 강제노동자 합숙소도 있습니다.

천장 하나에 칸막이만 두고 여러 집이 연결됐다고 '줄사택'으로 불렸습니다.

미쓰비시가 조선에 건설한 110여 개 사업장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현장이지만, 지붕과 외벽은 허물어졌고, 건물 내부도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찼습니다.

인천시 부평구는 남은 '줄사택' 6동 가운데 매입한 4동을 국가 등록문화재로 신청할 예정이라면서 아직 환경정비 정도만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재선 / 부평문화원 지역 문화해설사 : 자꾸 비 와서 다 날아가는데 어쩌려는지 모르겠어요. 빨리 이제 이쪽 좀 보존해서 우리 후손들한테 아픔의 역사가 있다고 이런 거를 보여주고 가르쳐줬으면 좋겠어요.]

YTN 민대홍입니다.

YTN 민대홍 (mindh09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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