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에 충성" 구호도 헛수고…한 여배우의 추락 [김지산의 '군맹무中']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3. 5. 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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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장쯔이가 거장 천카이거 감독(왼손 바지 주머니에 손 넣은 이)으로부터 수모를 당하는 장면이 TV에 노출됐다./사진=바이두
지난달 21일 열린 제13회 베이징 국제영화제에서 중국 대표 여배우 장쯔이가 거장 천카이거 감독으로부터 수모를 당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사진기자들이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는 가운데, 천카이거가 장쯔이는 자신의 왼편으로 밀어내고 오른편에 선 장쑹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장면이었다.

잠시나마 장쯔이의 불쾌한 표정이 그대로 노출됐다. 천카이거가 장쯔이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장면이었다. 중국 역사상 최고 명화로 꼽히는 '패왕별희'의 거장 천카이거라고는 하지만 무례한 행동으로 비판받을 법한 상황. 그러나 여론은 장쯔이에 대해 '꼴 좋다'는 비아냥 일색이다. 그녀가 걸어온 출세지향적이며 기회주의적인 지난 모습 때문이다.

장쯔이는 1979년 베이징의 평범한 집 딸로 태어나 8세에 무용을 배웠다. 실력이 좋지 않았지만 무용대회에 대타로 나간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한 광고기획사 직원에게 발탁돼 광고 모델이 되면서 중앙연극학원 연기과에 진학했다.

또 다른 거장 장이머우 눈에 띈 장쯔이는 19세에 장이머우 영화에 출연한 이후 2000년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에 출연하는 행운을 손에 넣었다. 원래 장쯔이 배역은 유명 여배우 수치의 몫이었지만 수치가 출연을 거절하면서다. 이 영화는 장쯔이의 할리우드 진출 길을 터줬다.

장쯔이의 첫 추문이 터진 것도 이 무렵이다. 상대는 청룽. 청룽의 47번째 생일 파티에 22살짜리 장쯔이가 초대됐다. 장쯔이가 몸을 낮추면서 고개를 치켜세운 채 입을 열자 청룽은 샴페인을 장쯔이 목구멍에 쏟아 부었다. 보기 민망한 추태가 홍콩 언론들에 고스란히 보도됐다.

청룽 주연의 영화 '러시아워 2' 출연이 확정된 상황에서 장쯔이의 눈물겨운 로비가 통했는지, 거나하게 술에 취한 청룽은 이렇게 외쳤다.

"오늘 내 생일 선물은 장쯔이 너다!"

장쯔이는 청룽의 볼에 키스를 퍼부었다.

/사진=바이두

2009년에는 이스라엘 부호와 여행을 다녀오더니 같은 시기 상하이 재력가를 유혹했다는 의혹이 퍼졌다. 사람들은 쇼핑몰 내 장쯔이 사진에 페인트를 뿌렸다.

화룡점정은 2008년 5월 발생한 규모 8.0 쓰촨성 원촨 대지진 때 장쯔이의 거짓 기부였다. 장쯔이는 100만위안(현재 환율로 1억90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이미 평판이 땅에 떨어진 장쯔이를 네티즌들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한 네티즌이 적십자 기부시스템에서 장쯔이 기부 명세를 파헤친 끝에 그녀가 실제 기부한 금액이 84만위안이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장쯔이는 매니저가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타인에게 돌렸다. 그리고 차액을 추가로 기부했다. 그러나 장쯔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배우의 탄생'에서는 설정이라고 하기에 너무나도 가혹한 평가로 참가자들을 혹독하게 대한 것도 미움을 샀다. 영화 아닌 드라마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다가섰지만, 효과는 없었다. 드라마 연기 논란이 일자 장쯔이는 드라마 마케팅이 형편없었다며 또 남 탓을 했다.

중국 핵심 권력층에 있다 부패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받은 한 인물의 정부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장쯔이가 해당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내자 해당 매체는 기사를 삭제하고 별도 합의했다.

부유층 남자들과 여러 차례 공개 열애를 했지만 흐지부지되고 두 번의 이혼,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던 가수 왕펑과 결혼했다. 왕펑도 장쯔이만큼이나 평판이 좋지 않기로 유명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때는 중국 중앙방송 CCTV에 출연해 "시진핑 총서기의 지시에 따라 인민 중심의 창작활동을 견지하고 중화 문화의 우수성을 고수하며 시대의 격정과 열정을 구가하겠다"며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다.

장쯔이의 자발적 행동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순전히 타의에 의한 것인지, 제안이 왔을 때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판단하고 냉큼 기회를 잡은 것인지 장쯔이만이 안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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