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진단 조두순·강호순 보다 높아…살인마의 두 얼굴 [뉴스속오늘]

구경민 기자 2023. 5. 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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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22년 5월 6일 새벽. 강원도 삼척의 한 아파트 단지로 도주 중이던 용의자의 위치를 확인한 동해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몰려들었다.

인상착의를 감추려는 듯, 작업 현장에서나 착용하는 안전모를 쓰고 다닌 것으로 확인된 용의자. 형사들은 아파트 현관은 물론 인근 상가까지 단지 주변 곳곳에서 잠복하며 그를 기다렸다.

몇 시간 뒤, 드디어 남자가 1층 아파트 출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순식간에 형사들에게 체포당했다. 그는 하루 전, 강원도 동해에서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A씨(당시 48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건이 그의 세 번째 살인이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3번이나 살인을 저질렀던 것일까.
"착해 보이고 순박하다"는 A씨..전처→불륜녀母→동거녀 살해
고향인 강원도 동해에서 공사 현장의 일용직을 하며 생계를 이어온 A씨. A씨 주변 인물들은 A에 대해 "내가 보기에는 아주 선하다", "아주 보면 얼굴이 착해 보인다. 순박하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3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마'였다. 그는 2001년 아내를 처음 살해했다. 이 범죄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지만 '모범수'로 평가받아 4개월을 감형 받았다.

A씨는 2009년 2월 가석방된 뒤 베트남으로 넘어가 현지 여성과 재혼했다. 이후 다른 베트남 여성 B씨와 불륜관계로 발전해 결혼하려 했지만, B씨 모친이 반대하자 모친을 흉기로 살해했다.

A씨는 베트남 법원에서 징역 14년을 선고 받았다. 더 놀라운 것은 '또' 모범수로 평가를 받아 무려 징역 6년형을 감형 받았다. A씨는 약 8년5개월간의 복역을 마치고 2020년 출소한 뒤 대한민국으로 추방됐다.

두 번의 복역을 마친 후 그는 출소한지 2년이 지난 뒤인 2022년 동거녀 C씨를 또다시 살해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불과 사건 발생 11일 전 동거를 시작한 관계였다. C씨는 연고도 없는 동해에서 식당일을 하며 홀로 지내던 여성이었다.

사건 당일 오후에 숨진 채 발견된 C씨의 사인은 다발성 예기손상 및 과다출혈로 인한 심정지. 경찰이 시신에서 확인한 자창 및 절창의 흔적만 55개였다. 심지어 날이 부러진 흉기도 발견됐다. 얼마나 집요하고 잔인한 공격이 일어났는지 짐작하게 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쳐.
사건당일 무슨일이...상습적 살인자 '사이코패스'
11일의 인연, 짧은 동거가 이렇게 잔인한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건이 발생하기 바로 전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셨다. 동거녀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의심하면서 말다툼을 벌어졌고 이에 화가난 A씨는 칼을 휘두르게 됐다. A씨는 흉기로 동거녀를 여러 차례 내리치거나 휘두르다가 부러지자, 또 다른 흉기를 휘두르는 등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 살해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결국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두 번이나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의 세 번째 살인 이유였다.

이른바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 검사) 결과 A씨는 40점 만점에 32점을 받아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는 유영철 38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29점, 연쇄살인범 강호순 27점 등과 고위험군에 속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황당한 변명 "술 취해 기억 안난다" 선처 호소…무기징역 확정
세 번째 동거녀를 살해한 A씨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었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해있었는데 재판부가 안 받아주는 게 너무하다. 취해있어도 죄지은 건 지은 거지만, 내 의지는 아니지 않냐"라며 "평상시에도 술을 먹으면 기억이 안 난다. 순간적으로 너무 돌았던 모양인데 그 자체를 왜 돌았는지 그걸 기억을 못 한다"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1심은 "피해자를 살해한 수법과 내용이 잔인하고 혹독해 죄질이 극히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당시 피해자가 느꼈을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공포감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극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2번의 살인행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고, 그 처벌 종료 시와 재범 사이의 간격이 짧다"며 "피고인에게는 형벌로 인한 예방적 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사회에 복귀했을 때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도 "살인죄는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인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수감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결국 A씨는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3부는 지난달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판결을 유지한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구경민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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