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남은 태국 총선…군부도 야권도 분열하며 선거결과는 '미궁 속'

박재하 기자 2023. 5. 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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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달리던 패통탄…막판 역전에 필승전략 고심
재집권 노리는 군부도 갈등…민정 이양 거부 우려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이 3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총리 후보 등록에 나서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8일 앞으로 다가온 태국 총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확고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압승이 예고됐던 제1야당의 입지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막판에 흔들리고 있으며 현재 집권 중인 군부 간의 드러나지 않던 분열도 총선이 임박하면서 격화하는 모양새다.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면서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선거 결과에 불복한 군부가 민정 이양을 거부하며 다시 한번 쿠데타를 일으켜 이웃 국가 미얀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동의 1위'에서 내려온 탁신계…혼란의 야권

6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오는 14일 태국 총선은 201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2019년 총선을 통해 정권 연장에 성공한 군부와 쿠데타로 축출됐던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일가를 중심으로 한 야권의 진검승부다.

특히 이중에서도 다시 정권 연장을 노리는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부친 탁신 전 총리의 후광에 힘입은 정치 신인 패통탄 친나왓이 핵심 인물이다.

패통탄은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로 제1야당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로 지명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항상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오는 5월14일 태국 총선을 앞두고 막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개혁적 성향인 전진당(MFP) 총리 후보로 나선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하지만 최근 들어 패통탄의 공고한 지지 기반이 막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개혁적 성향인 전진당(MFP)의 선전으로 흔들리고 있다.

전진당은 군부와 대립하다 2019년 강제 해산된 퓨처포워드당(FFP)의 후신으로 왕실모독죄 폐지 등 군주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전진당은 2020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공감한 젊은 층의 힘을 얻어 지지 기반을 넓혔다.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이 지난 3월 발표한 차기 총리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피타 림짜른랏 대표는 15.75%에 그쳤지만 지난 3일 35.44%로 급등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여론조사에서 패통탄의 지지율은 지난 3월 38.2%에서 지난 3일 29.2%에 그쳐 처음으로 피타 대표에 뒤처졌다.

이에 위기를 느낀 프아타이당은 유권자들에게 당에 표를 몰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으며 패통탄 역시 둘째 아이 출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곧바로 선거운동에 복귀할 것을 선언했다.

현재 프아타이당과 전진당은 서로를 겨냥하며 지지자 결집을 호소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9일 태국 방콕에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루엄타이쌍찻당(RTSC)의 총리 후보로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정권 연장 노리는 군벌도 분열…선거 결과 안갯속

야권에 맞선 군부에서는 재임 중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정권 연장을 노리며 루엄타이쌍찻당(RTSC) 총리 후보로 총선에 뛰어들었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참모총장이던 지난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누이 잉락을 축출하고 같은 해 8월에 총리가 됐다.

문제는 군부 측 후보가 한 명 더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의 2인자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는 팔랑쁘라차랏당(PPRP)의 후보로 출마했다. 양측은 모두 불화설을 일축했지만 각각 저마다의 공약을 내걸고 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차이웃 타나카마누선 디지털경제사회부 장관 겸 PPRP 부대표가 쁘라윳 총리를 겨냥해 "가스와 전기요금 등 생활 필수 서비스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지적하자 쁘라윳 총리는 곧바로 "4년간 정부를 함께 이끌었으면서 내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이러한 분열 속에서도 야권이 군부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7년 군부 개정 헌법에 따르면 총리는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과 총선으로 뽑힌 하원의원 500명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어느 당이든 연정 없이 정부를 꾸리기 위해서는 하원 500석에서 75%에 달하는 376석을 얻어야 하지만 현재의 분열된 지형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프아타이당이 군부 세력과 손을 잡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패통탄은 "쿠데타 세력과는 연대하지 않겠다"고 해명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진당 역시 연정을 꾸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프아타이당이 울며 겨자 먹기로 결국엔 군부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태국 방콕에서 군부 쿠데타 4주년을 맞아 반군부 시위에 나선 시민이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를 피노키오로 풍자한 부채를 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혼란의 총선 속 싹트는 '선거 번복' 우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하더라도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선거 결과를 무효화할 우려도 싹트고 있다. 1932년 입헌군주제를 도입한 태국에서는 현재까지 총 19번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바 있다.

마이클 응 전 주방콕 홍콩 경제무역대표본부 부본부장은 "승리한 정당에 정권 이양을 거절하는 것은 태국에서 정치적 갈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며 "특히 젊은이들은 태국 정치에 환멸을 느낄 것이고 이는 태국에 위험할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티티난 퐁슈디락 태국 쭐라롱껀대 정치학 부교수는 "이번 선거가 또 전복되고 2019년처럼 군부가 다시 집권하게 된다면 정치 지도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2021년 미얀마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를 언급하며 "이웃국가 미얀마에서 일어난 일이 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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