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대관식] 찰스 3세 국왕, 최장기 왕세자에서 왕관의 주인으로
환경 문제 관심…여왕 그늘 벗어나 홀로서기, 왕실 현대화 과제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찰스 3세 국왕(74)은 왕세자로 거의 평생을 대기한 끝에 드디어 대관식을 치르고 왕관의 주인임을 널리 선포한다.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그늘에서 지내며 사생활 등 여러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제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가 됐다.
거의 평생 왕위 승계 대기
찰스 3세 국왕은 1948년 11월 14일 버킹엄궁에서 당시 왕위 계승권자였던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공의 맏이로 태어났다.
4살 때인 1952년에는 어머니가 즉위하며 왕위 승계 서열 1위가 됐고 자동으로 콘월 공작 등의 작위를 받았다.
이듬해 6월 어머니의 대관식에 참석했는데 외할머니와 이모 사이에 앉아 지루한 표정을 짓는 사진이 남아있다.
9살 때는 학교에 있다가 왕세자(Prince of Wales) 책봉 발표를 들었고 20살 때인 1969년 7월에는 웨일스에서 정식 책봉식을 했다.
작년 9월 8일 여왕이 서거한 데 이어 자동 즉위하며 영국 최장기 왕세자 기록을 세웠다.
왕세자의 삶이 호사스럽지만은 않았다. 6개월 해외 순방을 다녀온 여왕은 5살 아들에게 악수로 인사했다. 찰스 3세는 대신 외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커서는 강인한 남성 지도자로 키우려는 아버지 방침에 따라 스코틀랜드 외진 곳의 고든스톤 기숙학교에 다니며 힘든 학창 시절을 보냈다.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뒤엔 공군 전투기 조종사 훈련을 받고 해군에 입대한다.
다이애나와의 결혼과 이혼…커밀라와 재혼
찰스 3세가 주목을 받은 것도, 위기를 맞은 것도 다이애나빈과의 결혼과 이혼이 계기였다.
1981년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치러진 동화 같은 결혼식은 세계적으로 큰 화제였다.
이듬해 6월 윌리엄 왕세자가, 2년 후에는 해리 왕자가 태어났지만 부부 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
32살 찰스 3세는 20살 다이애나가 좋은 왕비 감이라는 의견에 등 떼밀리다시피 결혼했지만 둘은 잘 맞는 짝이 아니었다. 찰스 3세는 지적이며 내향적이고 섬세했고, 다이애나빈은 시선을 잡아끄는 스타이면서 불안정했다.
찰스 3세는 전 연인 커밀라 파커 볼스를 잊지 못했고 다이애나빈도 외도했다.
1992년 11월 2∼5일 방한 때는 이미 사이가 극히 벌어진 상태였고 다음 달 별거가 발표됐다.
그러다가 1995년 다이애나빈이 문제의 BBC 인터뷰에서 "결혼에 세 명이 있어서 좀 복잡하다"며 찰스 3세의 불륜을 확인하자 파장이 커졌다.
이들은 1996년 8월 여왕의 권고에 따르는 형식으로 이혼했고 이듬해 8월 31일 다이애나빈이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다이애나빈을 향한 대중의 사랑이 뜨거웠던 만큼 찰스 3세와 커밀라를 향한 비난은 거셌다.
그러나 찰스 3세는 치밀하게 계산된 이미지 개선 노력 끝에 2005년 윈저 길드홀에서 '영혼의 단짝' 커밀라와 결혼했고 이제는 정식 '왕비'로 만든다.
찰스 3세는 왕이 된 직후 방명록에 서명할 때 펜에서 잉크가 새자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해리 포터 책을 읽어주며 목소리 연기를 하는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환경에 관심·정치 개입 논란…여왕 그늘 벗어나 홀로서기
찰스 3세는 일찌감치 환경보호, 유기농 농업, 건축 등에 관심을 보여왔고, 왕세자 시절 본인의 관심사와 관련해서 정치인들에게 의견을 전한 일이 알려지면서 정치개입 논란이 크게 일었다.
본인이 이끄는 사회사업 재단에서 받은 기부금도 문제가 됐다.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이복형제나 카타르 왕족 유력 정치인들로부터 거액을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엔 측근이 재단에 거액 기부금을 낸 사우디 기업인에게 훈장 수여를 주선한 의혹으로 사임하기도 했다. 이 측근은 시종으로 일하며 찰스 3세에게 치약까지 짜주던 사이였다.
70대 중반의 찰스 3세는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왕실과 결별한 차남 해리 왕자와의 갈등과 국내외 공화국 전환 움직임 같이 여왕의 인기와 카리스마로 눌러놨던 문제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급한 불이다.
찰스 3세는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기 위해 왕실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관식도 규모를 줄이고 다양성 가치를 반영했으며, 왕실의 노예제 관련 과거 조사에도 합의했다.
국왕 즉위 후 첫 8개월에 관해선 비교적 무난한 평가가 나온다. 대중과 접촉하며 다가가기 쉬운 인간적인 국왕의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다.
merciel@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 연합뉴스
- 공항서 마약탐지 장비 오류로 30대 여성 생리대까지 벗어 몸수색 | 연합뉴스
- 한국-호주전 도중 통로 난입한 도미니카공화국…훈련 방해까지 | 연합뉴스
- 태국 원숭이 200여마리 우리서 탈출…경찰서·민가 습격 | 연합뉴스
- 미국서 '눈동자 색 바꾸는 수술' 인기…"위험" 경고도 | 연합뉴스
- "중국인 모이면 소란 피우는 빌런 발생"…서교공 민원답변 논란 | 연합뉴스
- 혁명군에 담배 대신 꽃한송이…포르투갈 '카네이션 여인' 별세 | 연합뉴스
- 알리 '현금 1억원 뽑기'에 27만명 몰려…탕웨이가 추첨 | 연합뉴스
- 문신토시 끼고 낚시꾼 위장 형사들, 수개월잠복 마약범 일망타진 | 연합뉴스
- "얼마나 힘드셨나" 경찰, 반포대교 난간 20대 설득해 구조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