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일자리, 늘어나는 빚, 여전한 빈곤율… 통계에 담긴 세대별 한숨

세종=전준범 기자 2023. 5.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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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선진국 위상 올랐지만
종일 일해도 되레 늘어나는 빚
국민 행복도는 세계 ‘꼴찌’ 수준
4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1년 7월 한국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UNCTAD가 설립된 1964년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바꾼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그런데 지난 3월 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5.95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에 그쳤다.

한국은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 사이의 괴리감이 유독 큰 나라다. 우리 국민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조선비즈가 각종 경제·사회 관련 통계 지표에 드러난 세대별 애환을 들여다봤다.

사회 초년생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졸업 후 1년 이하 계약직 일자리를 얻는다. 4월 27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 청년층 “고용 불안에 대출만 쌓이네”

우선 청년은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6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청년층 고용률은 46.2%로 역대 3월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3월 기준 청년층 임시근로자는 106만8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만3000명 늘었다. 임시근로자는 고용 계약 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이거나 고용 계약 없이 단기 고용된 취업자를 말한다.

또 지난 3월 고용 계약 기간이 1개월 미만인 청년층 일용근로자 수도 13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명 증가했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청년층 상용근로자 수는 249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5000명 줄었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선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들이 졸업 후 처음 얻는 일자리가 1년 이하 계약직인 비율은 2020년 41.9%에서 2021년 47.1%로 1년 만에 5.2%포인트(P) 상승했다. 사회 초년생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달력 열두 장 넘기면 짐을 싸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사원증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배우자와 힘을 합치면 상황이 좀 나아질까.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44.5%이던 초혼 신혼부부 맞벌이 비중은 2021년 54.9%로 상승했다. 하지만 둘이 버는데도 대출 보유 비중은 늘고 주택 소유 비중은 줄었다. 초혼 신혼부부의 대출 보유 비중은 89.1%로 전년보다 1.6%P 올랐다. 대출잔액의 중앙값은 1억5300만원으로 15.4% 상승했다. 반면 주택을 소유한 초혼 신혼부부 비중은 42.0%로 1년 전보다 0.1%P 하락했다.

사회생활 시작부터 쉽지 않다 보니 출산 기피는 자연스럽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출생아 수는 1만99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6명(3.7%) 감소했다. 이번 2월 출생아 수는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2월 기준 역대 최소치다. 월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87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중장년층은 소득이 5% 늘어날 때 빚은 12% 증가했다. 서울의 한 식당가에서 중년의 주류업자가 주류 상자를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 중장년층 “3년 넘기기 힘든 자영업, 내 맘 같지 않네”

청년 시절의 시행착오를 견디며 나름 노련함을 쌓아온 중장년층도 고되기는 마찬가지다. 통계청의 ‘중장년층 행정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장년층의 개인별 평균소득은 3890만원으로, 2020년의 3692만원보다 5.4% 증가했다. 다만 그만큼 많이 일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36개국 중 네 번째로 길다.

게다가 청년층과 마찬가지로 중장년층도 소득 증가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중장년층 비중은 57.3%로 1년 새 0.8%P 커졌다. 대출잔액 중앙값은 전년도 5200만원에서 5804만원으로 604만원(11.6%) 불어났다. 소득이 5% 늘 때 빚은 12% 증가한 것이다. 대출잔액 중앙값은 2017년 4128만원에서 4년 만에 40.6%(1676만원) 급증했다.

주택을 소유한 중장년층은 884만4000명(43.8%)으로 집계됐다. 중장년층이 되더라도 절반 이상은 여전히 무(無)주택자라는 의미다. 주택 소유 비중은 60대 초반이 46.0%로 가장 높았다. 이 수치는 연령이 낮을수록 떨어져 40대 초반의 주택 소유 비중은 39.7%에 그쳤다.

자영업 등을 통해 홀로서기를 해보려 하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다. 중장년층 비임금 근로자의 일자리 특성을 기간으로 살펴보면, 1~3년 미만 비중이 44.8%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1년 미만(36.8%)이다. 즉 중장년층 비(非)임금 일자리 10개 가운데 8개 이상의 수명이 3년도 되지 않는 것이다. 중장년층 비임금 근로자의 상당수는 자영업에 종사한다. 산업별로 보면 도·소매업(25.2%), 숙박·음식점업(14.9%), 운수·창고업(10.8%) 등의 순이다.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의 약 40%는 노동 빈곤층(working poor)에 속한다. 4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수원시 노인 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한 고령층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 고령층 “고용률 높은데, 빈곤율도 세계 최고네”

노인의 삶은 어떨까.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577만2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1만3000명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2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2013년 2월 273만4000명이었는데, 10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보여주는 60세 이상 고용률도 42.8%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고령층의 빈곤율 역시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의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국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3.2%로 OECD 가입국 중 1위에 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고령층 고용률 상승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의 약 40%가 노동 빈곤층(working poor)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 부족과 같은 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제 활동을 하는 고령층이 많다는 의미다.

고달픈 황혼기는 비극을 야기하기도 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46.6명으로, 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OECD 회원국 평균(17.2명)의 2.7배에 달한다. 2위 슬로베니아(36.9명)와 차이도 10명 가까이 크게 난다. 김성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실질 소득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며 “재정 지원 정책은 보편적인 방향보다는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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