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약국] 콩나물·헛개·벌나무로 만든 숙취해소제의 진화...효과는 정말 있는 걸까

김명지 기자 2023. 5.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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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숙취해소 입증한 제품 없어
의약품 아닌 음료·식품·차
콩나물·헛개·유산균 성분 효과 강조
진짜 ‘숙취해소’ 쓰려면 임상시험 통과해야
회식의 정석 앱 화면(왼쪽)과 동아제약 숙취해소 음료 모닝케어(오른쪽)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해마다 이맘 때면 가족을 생각하며 과음하는 습관을 되돌아보고 영양제를 챙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보입니다. 영양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주 전후 숙취해소음료를 챙겨마시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정말 효과는 있는 것인지 효과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집니다.

6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규모는 약 2000억원대로 추정됩니다. 컨디션(HK이노엔), 모닝케어(동아제약), 여명808(그래미), 상쾌환(삼양사), 레디큐(한독), 헛개파워(광동제약), 깨수깡(롯데칠성음료) 등 종류도 20여종이 넘습니다.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이 크고 종류도 많지만 반대로 ‘숙취해소제는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분분합니다. “비싼 돈을 주고 설탕물을 사 먹기보다는 차라리 꿀물을 마시는 게 낫다”는 전문가도 많습니다. 실제로 수분과 당분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숙취 증상은 알코올이 몸 속에서 분해돼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 때문인데, 당분과 수분은 독성 물질 대사를 촉진합니다. 시중에 있는 숙취해소제의 당분 함량이 9~10%에 이르는 이유입니다.

더욱이 2025년부터는 국내에서 숙취해소제를 찾아보기 힘들지 모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음료·차·식품에 이 문구를 넣으려면 인체적용시험을 거쳐 효능을 입증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의약품 허가를 받는 것처럼 대규모 임상시험까지 필요하지 않겠지만, 이 문구를 쓰려면 해당 식품이 숙취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시중에 있는 숙취해소제 중에 나머지 성분의 숙취해소 효능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은 없습니다. 편의점 마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숙취해소음료는 ‘일반식품’ 이고, 약국에서 판매하는 관련 의약품들도 간 기능개선제, 강장제, 피로해소제만 있을 뿐입니다.

레디큐는 2014년 출시 이후 헛개 중심의 숙취해소음료 시장에 커큐민 돌풍을 일으켰다.

간 기능이 좋아지면, 알코올 대사에 도움이 되겠지만, 간기능 개선제를 먹는다고 간이 숙취를 곧바로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 밖에 일부 숙취해소제는 위장에서 알코올이 흡수되는 속도를 느리게 해서 서서히 취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지만, 결국 마신 술의 알코올은 모두 흡수되기 때문에 간에 손상을 주는 것은 똑같습니다.

약국에서만 파는 숙취해소 드링크는 어떨까요. 취어스액(익수제약)·디오니스액(제일헬스 사이언스)·헤파모닝액 (삼진제약) 등도 ‘숙취해소’로 허가를 받은 건 아닙니다. 이 제품 성분은 ‘삼두해정탕’이라는 생약 제제인데, 소화기능장애·구토·목마름·두통 치료제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과음으로 생길 수 있는 숙취 증상들을 가라앉혀주지만, 숙취해소제는 아닌 것이죠.

숙취해소음료 제조사들은 식약처 인증 제도 시행을 앞두고 효과 입증에 나서고 있습니다. 숙취해소 기능으로 특허받은 유산균으로 숙취해소제를 개발한 메디톡스도 실증 자료를 바탕으로 식약처 인증제도 시행을 준비 중입니다. 동아제약, 그래미, 삼양사, 한독 등도 임상시험 설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앞서 제약사들이 벌인 임상시험을 살펴보면 효과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HK이노엔은 지난 2020년 8월 분당차병원·서울과학기술대학에서 건강한 성인 남녀 53명을 대상으로 컨디션헛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물과 비교했을 때 시종일관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낮게 나왔다고 합니다.

HK이노엔의 숙취 해소제 '컨디션'. /HK이노엔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이런 실험 결과는 표본이 수십 명에 불과해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실험 때마다 간의 알코올 해독 능력과 건강상태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사람의 몸은 제각각이니까요. 간 기능에 도움을 주는 성분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숙취해소 효과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숙취해소제 효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숙취해소음료는 최근 30년새 꾸준히 진화를 해왔습니다. 1992년 처음 나온 컨디션은 1세대 숙취해소음료로, 아스파라긴산을 내세웠습니다.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산과 비타민이 풍부합니다. 음주 후 아침상에 오르는 콩나물국을 떠올리면 됩니다. 그 당시 숙취해소제 열풍으로 술 소비가 늘어나자 식약처는 한때 숙취해소제 광고에 ‘음주전후’ ‘숙취해소’라는 문구 사용을 아예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영업의 자유, 광고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사용을 허가했지만요.

이후에는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 엉겅퀴로 불리는 국화과 식물인 밀크시슬 추출물이 숙취해소제의 성분으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밀크씨슬에 있는 실리마린 성분과 헛개나무의 핵심 성분인 글루타치온은 숙취 원인으로 꼽히는 아세트알데히드 성분을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숙취 해소 유산균 ‘칸의 아침’.

이밖에 카레의 주원료인 강황도 숙취해소음료에 사용됐습니다. 강황에서 추출한 커큐민이 간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벌나무(산겨릅나무)와 유산균이 헛개의 뒤를 이을 원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단풍나무과인 벌나무 가지에는 식물성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한데, 본초도감 등에서 간 관련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유산균 중에서 간 기능을 돕거나,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특정 유산균을 발견해 제품화한 곳들도 눈에 띕니다.

숙취해소음료를 맹신해서 과음하면 안 됩니다. 가장 효과적인 숙취해소 방법은 간이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겁니다. 한림대 동탄병원 김정희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는 단위 시간당 분해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며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고 해독할 2~3일의 시간 간격을 두고 소량씩 마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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