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폭락주 따라잡기’ 나선 개미들…주식은 잇달아 상장폐지
30대 직장인 허미영(가명) 씨는 커뮤니티에서 급락한 종목들을 사들였다가 쏠쏠한 이익을 얻었다는 글을 읽었다. 주위에서 2차전지에 투자했다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을 때도 2차전지 종목이 없어 배만 아파했던 허 씨는 폭락한 종목을 사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미국 은행주가 급락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은행주를 매수하기로 했다. 처음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사자마자 5% 반등해 종목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하는 찰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산 종목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다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주가를 보고 허 씨는 망연자실했다.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하한가 따라잡기(하따) 투자 기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식 시장에서도 하따 전략을 사용하는 국내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상하한가 제도가 없어 단기 낙폭이 큰 종목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마찬가지로 미국 중소 지역 은행이다. SVB 사태 이후 지역 은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퍼스트리퍼블릭에서도 예금 인출 요구가 빗발쳤고, 결국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부(DFPI)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모든 자산을 압류하고 폐쇄 조치했고,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퍼스트리퍼블릭 주식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퍼스트리퍼블릭을 올해 초부터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의 손실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120달러 선에 거래됐다. 이후 2월에는 15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3월 중순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3월 10일 80달러였던 주가는 3일 후인 3월 13일 30달러로 내려앉았고, 4월 들어서는 10달러 선으로 폭락했다. 이후 3달러 선까지 떨어진 후 4월 28일부터 거래가 중지됐다.
문제는 퍼스트리퍼블릭 주가가 추락하고 있음에도 반등을 기대하고 사들인 투자자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발생한 지난 3월 10일부터 지난 2일까지 퍼스트리퍼블릭 주식을 9515만달러(약 1277억원) 어치 사들였다. 이는 단일 종목으로는 테슬라에 이어 가장 많은 수준으로 해당 기간 순매수 2위에 해당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상장 폐지된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Y)도 이같은 방식으로 투자했다가 1200만 달러 이상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BBBY는 지난해 말부터 자금난으로 인한 파산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서학개미는 BBBY 주식을 6625만 달러(약 884억원) 순매수했다.
서학 개미는 최근 파산설이 불거지며 주가가 50% 넘게 폭락한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식도 많이 사들였다. 지난 3월 1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서학개미가 순매수한 팩웨스트 뱅코프 주식은 총 833만5057달러(약 110억원)어치다. 지난 3일(현지 시각) 팩웨스트 뱅코프가 매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간외거래에서 50% 넘게 폭락했다. 지난 3월 26~3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팩웨스트 뱅코프는 현재 6달러 수준이 됐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하한가 따라잡기, 소위 ‘하따’라고 불리는 투자 기법이 유행한 것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따는 하한가를 탈출할 것 같은 종목에 투자해 반등 폭만큼 수익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많이 폭락해있는 종목을 골라 약간의 반등을 노리는 셈이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 폭락 사태로 연일 하한가를 기록했던 선광, 다우데이타,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을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3180억원 어치 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급락한 기업들은 가격 측면에서 저가 매력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하락에는 이유가 있고 바닥 가격을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면서 “재무적으로 건전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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