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수준미달' 중국형 챗GPT…반도체 수요 3배 급등할 것

오진영 기자 2023. 5.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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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웬신이얀 공개 설명회. / 사진 = 바이두 제공
"웬신이얀(어니봇)은 막대한 상업적 가치가 담긴 기술이다. 문학 창작은 물론 수학 계산, 쓰촨 방언까지 가능한 능력을 갖췄다."(리옌훙 바이두 창업자)

최근 중국 최대의 포털이자 IT(정보통신) 기업인 바이두는 생성형 AI(인공지능) '웬신이얀'을 공개했다. 미국 '챗GPT'의 중국 버전이다. 리옌훙 바이두 창업자가 직접 나서 웬신이얀의 성능을 설명하며 '중국 산업의 미래'라고 언급할 만큼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러나 30분간의 시연 행사 후 바이두의 주가는 되레 6.5% 급락했다. '챗GPT'는 물론 한국·대만 등 다른 국가의 생성형 AI보다 떨어지는 성능만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생성형 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바이두 역시 혹평에도 불구하고 웬신이얀을 연신 홍보하면서 '띄우기'에 나섰다. 웬신이얀을 키우기 위해서는 애플과의 법정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650개 이상의 중국 기업도 웬신이얀 프로젝트에 동참해 바이두와 발맞춤을 하겠다고 밝혔다. 침체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고 미국 시장을 공략할 무기라는 계산에서다.
8만곳이 손 맞잡은 웬신이얀, 침체되는 中 반도체 시장 반등시키나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4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웬신이얀과 협력 중이거나 협력 의사를 밝힌 기업·단체는 이날 기준 8만여곳이다. 런지안, 아이소프트콘, 취허우그룹 등 굵직한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푸저우시는 시 차원에서 웬신이얀과 함께 디지털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푸저우시의 디지털 경제 규모는 연간 6100억위안(한화 약 118조원)에 달하며, 대형 데이터 센터만 11곳이 위치해 있다.

웬신이얀의 당초 성과가 미흡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시장의 웬신이얀 사랑은 독특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웬신이얀의 첫 공개 당시 홍콩 증시가 최대 10%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해외 투자자는 공개 행사에서 실시간 시연이 빠지고, 사전 녹화된 자료와 이론 설명에 그친 점에 주목했다. 아직 불완전한 생성형 AI로 미국의 기술을 따라잡겠다는 의욕만 앞섰다는 지적이다.

바이두는 웬신이얀이 침체된 중국 전자 산업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평한다. 성능 개선 과정도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공개 중이다. 왕하이펑 바이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웬신이얀은 첫 공개 당시보다 추론 성능이 10배 이상 향상됐다"라며 "중국 내 사용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사용자의 피드백이 많아질수록 더 강화된 능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두가 내외부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웬신이얀을 전폭 지원하는 것은 후퇴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 리서치업체 관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집적회로(IC) 판매량은 5892억개, 생산량은 3242억개로 5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반도체 주요 기업 89개 중 순이익 증가율이 하락하거나 둔화된 기업도 69개에 달하며, 공장 가동률도 전년 대비 60~70% 수준이다.

현지 업계는 웬신이얀이 '챗GPT' 수준의 사용자 수와 성능을 보장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최소 30~40% 이상의 반도체 산업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생성형 AI는 기존 반도체에 비해 고성능의 서버용 메모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량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확보가 필수적이다. HBM은 기존 D램에 비해 최소 3~4배 이상 비싸다. 여기에 개발 중인 AI 전용 반도체 신제품이 더해진다면 수익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주요 업체는 이미 발빠르게 관련 인력을 추가 채용하고 있다. 쑤저우시의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최적화된 생성형 AI가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되면 관련 반도체 수요가 지금보다 2~3배 이상은 급등할 것"이라며 "대만·홍콩은 물론 한국이나 일본 등 고성능 반도체 기업의 숙련된 인력이 모집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족쇄 걸고 있지만…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새 기회 될까
웬신이얀 실제 사용 화면. / 사진 = 바이두 제공

해외 투자자들은 여전히 웬신이얀에 마뜩잖은 시선을 보낸다. 여전히 챗GPT보다 큰 폭으로 뒤처져 있고, 영어·프랑스어 등 외국 언어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데다 중국의 AI 기술도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에서다. 중국 정부의 규제도 족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은 생성형 AI를 출시하기 전 정부 보안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제를 발표했다. 생성형 AI가 사회주의적 가치를 담아야 하고 국가 권력에 반발해서는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이다.

다만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생성형 AI 관련 기술 개발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도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웬신이얀이 발표된 후 1달 뒤 알리바바는 '퉁이첸원'을, AI기업 센스타임은 '센스챗'을 선보였다. 지난달 28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회의에서도 과학기술의 자력 기반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담론이 핵심 과제로 다뤄졌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만일 중국형 챗GPT가 궤도에 오른다면 고성능 메모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기업도 개발 현황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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