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양이를 살리는 데 얼마까지 쓰시겠어요?[PADO]
[편집자주]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반려동물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라죠.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도 이젠 과소평가 같습니다. 각종 반려동물 용품·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마도 반려동물 '떡상팔자'의 궁극은 의료 분야에서 보게 될 겁니다. 수의학의 발달로 과거에는 영문도 모른채 떠나보내야 했던 반려동물을 좀 더 곁에 둘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반려동물의 치료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도 생겨났습니다. 고양이에게 신장 질환은 가장 많은 사망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에서는 약 2000만 원 정도를 들이면 신장 이식이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그 신장은 다른 건강한 고양이가 제공해야 하는데 과연 그 고양이는 자신의 신장을 누군가 가져가는 것에 동의할까요? 애틀랜틱의 2022년 11월 20일 기사는 바로 그 지점에 대해 고양이 주인들부터 수의사, 생명윤리학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스트로베리'를 처음 만났을 때, 16세의 스트로베리는 등을 바닥에 대고 대자로 누워 있었다. 복부의 털은 깨끗하게 깎여 있었고, 훤히 드러난 분홍빛 살갗에는 몇 인치 길이로 꿰맨 흔적이 보였다.
짙은 파란색 수술복을 입은 수의대 학생 2명이 스트로베리의 다리를 가볍게 잡고 있었고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방사선사가 스트로베리의 배에 초음파 검사용 액체를 발랐다. 마취제가 너무 강한 건지 아님 지친 건지. 어쩌면 전날 수술을 받은 터라 저항할 힘이 없는 듯 했다.
검사실의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스트로베리의 동공은 깊고 검은 웅덩이처럼 팽창했다. 스트로베리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다시 방향을 바꿔 자신을 둘러싼 의료진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해하는 듯.
스트로베리는 신장 이식을 받았다. 조지아대학 외과 의료진이 스트로베리의 긴 붉은빛 털을 깎고, 다리와 목에 카테터를 삽입했다. 마취제와 진통제, 항생제, 혈액 희석제, 면역 억제제 등 입원 치료에 필요한 약물을 주입하기 위해서였다.
채드 슈미트라는 이름의 외과의는 스트로베리의 배 한가운데를, 더는 제구실을 못하는 쭈그러든 신장 두 개를 지나 가랑이까지 조심스레 절개했다. 그리고는 몇 시간 전 살아있는 기증자 고양이에게서 꺼낸 건강한 신장 하나를 연결했다.
슈미트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이식 수술을 하는 극소수의 외과의사 중 하나다. 그래서 고양이 신장을 연결하는 데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가 나를 처음 만나 활짝 웃으며 악수를 했을 때 나는 그의 손이 너무 커서 놀랐다. 굳은살이 배긴 그의 손은 내 손을 다 감싸쥐고도 남았다. 그러나 수술실에서는 겨우 몇 밀리미터 너비의 동맥과 정맥을 꿰매는 섬세한 손이었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마치 "젖은 월남쌈"을 꿰매는 것과 같단다. 이식한 신장은 자리를 잡자 분홍색으로 변했고 곧 슈미트는 스트로베리의 배를 봉합했다. (인간의 신장 이식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신장은 그대로 둬도 된다.) 그 다음은 고양이가 깨어나 소변을 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스트로베리는 무사히 깨어나 소변을 봤고, 초음파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스트로베리가 이 모든 걸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이 자신을 동물병원에 데려가 낯선 인물에게 자신을 이리저리 쿡쿡 찌르게 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고양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식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스트로베리는 신부전증으로 죽었을 것이다. 그 고통은 마치 체내에서 조금씩 중독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치료법을 쓰면 증상의 악화를 늦출 수는 있지만 멈출 수는 없다. 스트로베리의 주인이 자신의 고양이를 살리기, 혹은 적어도 생명 연장을 위해 1만5000달러(약 2000만 원)를 쓴 이유다.
그날 나는 병원에서 스트로베리의 주인을 만나지는 못했다. 스트로베리는 수술 후 최소 1주일 정도 입원해야 했다. 고양이 신장 이식을 원하는 사람들은 미국 전역에서, 심지어 다른 국가에서도 찾아온다.
슈미트를 찾아온 환자 중에는 모스크바에서 (조지아대가 있는) 조지아 주 애선스까지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주인들은 직장이나 가족 때문에 고양이가 입원하는 내내 함께 있을 수는 없다. 스트로베리의 주인도 수술 직전 고양이를 데려왔고, 회복 후에 다시 찾아갈 예정이다.
게다가 스트로베리의 주인은 1만 5000달러(이는 수술 비용만으로, 교통비와 후속 치료비까지 따지면 총비용은 그 2~3배가 될 수 있다)짜리 신장 이식에 대한 기사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실명 공개를 원치 않은 고양이 주인은 그뿐만이 아니다. 취재 과정에서 나는 십여 명의 고양이 주인들을 만났다. 몇몇은 고양이 장기 이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렸다. 실명으로 인터뷰를 허락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도 가족이나 지인들의 부정적 평가를 느꼈다고 했다.
"저라면 다른 사람의 차를 두고 대놓고 '와, 비싼 차네'라고 말하진 않을 겁니다." 한 주인이 한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꽤나 쉽게 '이야, 고양이에게 돈을 많이 썼네'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많은 돈이긴 하다. 지난 수십 년간 수의학 치료와 관련된 미국인들의 지출은 증가해왔다. 2021년에는 340억 달러(약 45조 원)를 넘었다. 우리가 애완동물을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우리 조부모 세대는 침대는 고사하고 거실 소파에 애완동물을 앉히기만 해도 응석받이를 만든다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출산율 하락과 함께 애완동물은 인류에게 더 가까워졌다. (우리집의 경우, 우리 고양이 '피트'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침대의 3분의 1을 꿰차고 산다.)
요즘엔 고양이와 개를 위한 돌봄센터, 건강보험, 장례식, 심지어 갑작스런 주인의 사망에 대비한 신탁도 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의무가 생겼음을 시사하는 서비스들이다. 애완동물 키우기가 육아에 더 가까워졌다.
1만5000달러짜리 신장 이식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 아닐까? 금액에 대한 불편함은 애완동물의 지위에 대한 불편함이다.
언어부터가 적당한 게 없다. 애완동물 '주인'이란 말은 '소유물'을 암시하지만 오늘날의 애완동물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애완동물 '엄마, 아빠'가 암시하듯 '자녀'와 완전히 동등하지도 않다. 애완동물의 지위는 그 중간 어디 쯤에 있을 것이다.
나름의 욕구와 의지를 가졌지만 이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이 생명체를 키우며, 우리는 무엇을 해줘야 할까? 우리가 애완동물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우리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계속)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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