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무역적자 수렁 탈출 총력전…전기·가스요금 인상 이슈 지속
반도체법·IRA로 수출 주력 상품 타격 , 中무역보복 우려 첩첩산중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간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내내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수출확대 및 무역수지 개선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세 지연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적자 폭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미국의 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불안 요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하반기 경제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미 간 공조·협력 강화와 일본과 관계 개선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란 평가도 있지만, 중국·러시아와 긴장감이 고조되는 반대급부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지난 겨울 전국민을 시름에 빠뜨린 '난방비 대란'은 추가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임박하면서 재차 이슈로 부상하는 형국이다.
◇무역적자 尹취임 1년간 지속…반도체법·IRA 등 후속협상 주목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2022년 3월 이후 1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에너지원가 급등 등 영향으로 무역수지가 하향하는 추세에 취임해 윤석열정부 책임론만 제기할 순 없지만, 집권 1년 동안 무역수지 적자 기조의 탈출로를 못 찾고 있다는 점은 정부의 고민거리다.
특히 사상최대 호황을 누린 반도체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은 이미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올 4월까지 우리나라 누역 무역적자액은 252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 한해 447억9000만달러의 절반을 이미 넘겼다.
수출 최대품목인 반도체가 고전하는 가운데 자동차 품목이 고군분투 중인데, IRA 영향으로 우리나라 순수 전기차의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실제로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 4월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 판매는 전년 대비 13% 감소했고, 기아 EV6 판매량은 반토막 났다.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반도체법과 IRA 관련 우리 정부·기업 입장을 배려한 전향적·구체적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지만 '기업 투자 불확실성과 경영부담 최소화', '양국간 긴밀한 협력' 등 선언적 수준의 합의문으로 갈음됐다.
우리나라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자동차업계는 이번 국빈방문 성과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익명을 원한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을 콕 집어 예외를 적용하긴 힘들겠지만 예외규정 등에 관한 암묵적 약속 정도는 기대했는데 어느 정도까지 공감대가 형성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반도체법과 IRA 등 미국 정부의 호혜적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우리정부의 후속 협상력이 국빈방문 경제분야 최종 성적표를 가를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정부는 양국의 반도체, 자동차 및 첨단산업, 핵심광물 관련 공급망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정부는 장기적으로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한 첨단산업 대대적 육성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장기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한미일 삼각공조 강화 속 '실리외교' 과제…中·러 무역보복 우려도
국빈방문 경제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한미 양국이 안보동맹에 있어서는 뚜렷한 진전을 이뤄냈다는데 이견이 없다. 앞선 일본 순방 및 경제통상 분야 제재조치 해제 등과 맞물려 한미일 삼각동맹의 공고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2019년 일제식민지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둘러싼 외교갈등이 무역 분쟁으로 번진지 4년여 만에 양국 관계가 봉합 수순을 밟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우대 지역) 국가로 선제 복원하고, 반도체 핵심품목 수출규제 관련 WTO 제소를 철회하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일본도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로 재지정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정령) 개정 절차에 착수하며 화답하고 있다.
양국의 상호 화이트리스트 복원에 따른 단기적·직접적 효과는 제한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도체 핵심 부품·소재의 경우 국산화 및 공급처 확장으로 수급에 큰 영향이 없는 상태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우리경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도 크지 않은데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에 퍼주기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수입처 다변화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 안정적 공급망 확보 등 측면은 우리기업에 장기적으로 긍정적 요인이다. 양국 간 투자유치 및 기술협력 등 유무형의 효과도 기대된다.
종합하면 한일 통상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보다 직접적이고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는 성과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는 7일 방한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결과물은 '굴욕외교' 논란의 확산 또는 진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 경산성과 경제 분야 협력과 관련한 물밑 협상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미일 삼각공조 강화의 반작용에 대한 대응에도 소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을 제치고 최대교역국으로 발돋움한 중국과 통상무역 마찰, 특히 과거 사드 이슈때와 같은 경제적 보복으로 이어질 경우 상당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 발언으로 천연가스 등 자원강국 러시아의 반발도 거세다.
산업부는 "현재까지 통관 검역이 지연되는 직접적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보복은 아직 아니라는 생각"이라면서도 "유관기관과 긴밀한 소통 체계를 구축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이동향 발생시 사실관계를 파악해 신속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잦아들지 않는 에너지요금 이슈…"한전 사장 물러나라" 정치권 개입 노골화
지난 겨울 '난방비 대란'으로 홍역을 치른 에너지요금 정책은 윤석열정부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꼽힌다. 러-우 전쟁 등 글로벌 에너지원료 수급·공급망 불안에 따른 영향이지만, 우리 경제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 반발 등 정치적 요인까지 난마처럼 얽혀있어 실마리를 찾기쉽지 않은 상태다.
2분기 전기·가스 요금은 한 달넘게 조정 폭이 확정되지 않은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원가에 한참 못미치는 공급가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총선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여당이 바짝 조인 고삐를 풀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산업부는 kWh당 10원 이상의 인상안 등을 제시하는 반면, 여권에서는 두 자릿수 인상은 어렵다고 판단한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은 내주 중후반쯤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 방한 및 정상회담 등 정치 이벤트가 매듭된 후 요금조정안 발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가스공사는 오는 11일 1분기 결산실적을 발표하고, 한전도 엇비슷한 시점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국민 설득을 위해 에너지공기업의 대규모 적자실적 발표 등도 요금조정 시점의 고려요소로 꼽힌다.
한편 안팎의 사퇴 요구에 직면한 정승일 한전 사장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정통 관료 출신이지만 전(前) 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후 국내 최대 공기업 수장으로 선임된 정 사장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 사장의 사퇴를 공개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직원 비위 및 방만경영 등 책임을 물어 해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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