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하던 벌금 체납자 강아지…검찰청으로 온 사연은? [주말엔]
지난 3월, 동부구치소 노역장으로 이송된 한 40대 여성의 손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검정색 가방이 들려 있었습니다. 검문 직전까지 품에서 놓지 못하다 마지못해 연 가방 안, 다름 아닌 '개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몇 분 뒤, 노역장으로 들어간 여성 대신 얼떨결에 이 개를 안아 든 건 서울동부지검 형 집행과 소속 수사관들이었습니다.
'검찰청 사람들'과 3살 시츄, '복돌이'의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씻기고 치료하고…"복돌이가 달라졌어요"
복돌이의 '진짜 가족'이자, 동부구치소 노역장에 유치된 여성은 2년 전 물건을 훔친 혐의로 벌금 190만 원 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벌금을 내지 않고 노숙 생활을 전전하다 지난 3월 경찰에 붙잡혀 노역장으로 넘겨졌습니다. 여성이 노숙 생활을 하는 동안 옆을 지켜준 유일한 가족은 복돌이 뿐이었다고 합니다.
맡길 곳 하나 없는 복돌이의 처지에, 서울동부지검 직원들은 지역 유기견 보호소에 위탁을 문의했습니다. 하지만 '보호자가 있는 반려견은 맡아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사설 보호소를 한 달 이상 이용하기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복돌이는 동부지검 사무실 안에 둥지를 틀게 됐습니다.
노숙 생활을 전전해 온 복돌이는 육안으로도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털에는 각종 오물이 묻어 있었고, 피부엔 염증까지 있었습니다. 임소현 수사관은 "당시 직원들이 십시일반 사비를 걷어 복돌이의 치료비를 냈다"며 "검찰청 샤워실에서 목욕을 시키고, 우리가 직접 이발기로 미용도 시켜줬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 "맡길 곳 없는 반려견…방치되기도"
낯선 이를 경계하던 복돌이도 점차 '검찰청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임 수사관은 "사무실에 있는 동안 복돌이를 많이 돌봐줬는데, 나중에는 나랑만 산책하러 가려 했다"며 "처음엔 풀이 죽어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습니다.
복돌이는 그렇게 약 3주 동안 동부지검에서 지내다 원래의 가족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노역을 마친 여성은 말끔해진 복돌이를 보고 동부지검 직원들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고 합니다. 그간 어려운 형편 탓에 반려견을 잘 돌보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복돌이를 잘 관리하겠다고 재차 약속도 했습니다.
이번 사례처럼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뚜렷한 규정도 없는 데다, 민법상 '물건'으로 분류되는 반려동물의 지위 탓에 누군가가 선뜻 구조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임 수사관은 "통상 주인이 법정 구속되면 '소유권 포기' 단계까지 가지도 못하고 반려동물이 빈집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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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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