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사이클 막바지?… 한은, 기준금리 유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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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한·미 금리 차가 최대치를 갈아치웠지만 미국의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란 기대가 일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유인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대 금리 차에도 연준이 금리 인상 종료 신호를 보내고 미국의 긴축 정책이 끝물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달러 가치 상승에 돈을 걸 투자자가 거의 사라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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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차가 최대치를 갈아치웠지만 미국의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란 기대가 일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유인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국내 경기와 글로벌 반도체 업황까지 침체된 점도 금리를 쉽사리 올릴 수 없는 이유다.
연준은 지난 3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00%에서 5.25%로 0.25p% 인상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을 기준으로 1.75%p까지 늘었다. 종전 역대 최대치인 1.50%p를 경신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 기축통화국 미국에 비해 한국은 위험도 높은 시장인 만큼 금리를 높여야 투자 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되면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과 함께 외국계 자금이 국내 시장을 이탈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한은은 무작정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통위 기자 간담회에서 "어떤 특정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둔다면 외환시장 불안을 금리를 통해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환율 상승 리스크가 지난해보다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환율 흐름은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 공포에 휩싸였던 작년 하반기와 사뭇 다르다.
최대 금리 차에도 연준이 금리 인상 종료 신호를 보내고 미국의 긴축 정책이 끝물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달러 가치 상승에 돈을 걸 투자자가 거의 사라진 탓이다.
유로·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는 지난 4월 중 0.6% 하락했다. 이 같은 약달러 현상 중 환율 상승은 대외 변수보다 무역수지 적자, 배당금 지급 등 대내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국내 경제 상황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주저하는 이유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0.3%에 그쳤다. 중국 경제의 호전이 국내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밀리면서 올 하반기 성장세는 기대 이하일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 1.6%를 오는 25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사실상 예고했다.
반면 금리 인상을 부르는 요인인 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예상 경로를 따라 3%대로 둔화했다. 물론 환율이 앞으로 1350원선을 넘는 등 요동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앞서 한은은 환율을 금리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경우엔 금리와 여타 정책 등으로 반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은 올 환율 상단을 135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말 환율 급등기에도 환율 1350원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마저 1350원선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최근 환율은 1320~1330원 수준으로 심리적 저항선과 비교해 결코 낮지 않다. 한은으로서는 이번 금리 차 경신이 원화 가치에 미칠 영향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록 수입 물가는 오른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도 차후 금리 인상을 논의할 여지가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위원 6명 중 5명은 최종금리 전망으로서 '3.75%(0.25%p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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