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SSUE]'파리 목숨' 감독 선임에도 계획-철학 담아야…목소리 높인 안익수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구단의 청사진이 먼저고 그다음에 적합한 지도자가 누구냐입니다."
프로축구 K리그는 11라운드를 치르기 전에 이병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팬들로부터 퇴진 이야기를 계속 들었던 김상식 전 전북 현대 감독은 자필 편지를 남기며 자진 사임했다.
수원은 김병수 전 강원FC 감독을 급히 선임했고 전북은 올해 P급 지도자 자격증 교육을 이수 중인 김두현 코치가 감독 대행을 하고 있다. 60일 이내 새로운 지도자를 선임해야 하기에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FC서울과의 일전을 앞두고 감독직에 변화를 줬다. 서울 입장에서는 난감함 그 자체였다. 상대가 분명 감독 경질 효과로 강하게 맞설 것이 뻔해 그랬다. 그래도 지혜롭게 대응하며 1승1무로 패배를 거두지 않았다.
감독직은 파리 목숨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구단의 철학이나 계획이 잘 맞고 지도자가 섞여 능력을 보인다면 오래 갈 수도 있다. K리그에서 그나마 장기 지도자였다고 평가받는 인물이 최강희 전 전북 현대 감독이나 김호 전 수원 삼성 초대 감독 정도다.
안익수 서울 감독도 박진섭 감독의 사퇴로 공백이 생긴 2021년 9월, 강등권까지 떨어졌던 상황에서 긴급 투입됐다. 과거 부산 아이파크, 성남 일화 감독을 하면서 선수들을 빡빡하게 가르친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안 감독의 선임은 일단 잔류에 성공하며 급한 불을 껐다.
그렇지만, 선문대학교를 지휘하면서 안 감독의 지도 철학도 다소 변했다. 과거처럼 선수들을 압박해서 결과물을 얻어내는 시대가 아니라 온화한 지도자였다. 미래 세대들을 육성해 성인팀과 연계해 선수 선발과 더불어 연고지 유대감을 통한 흥행과 마케팅까지 많은 요소를 고려하며 지도했다.
그런 안 감독이 바라보는 전북, 수원의 감독 경질은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과 11라운드로 만난 그는 "당시 서울은 여러 가지가 서로 상충했다. 구단 사무국에서도 상실감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가 충만했다"라며 반등을 위한 연대감이 있었음을 전했다.
지난해 수원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FC안양에 겨우 이겨 살아남았지만,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졌고 이 전 감독이 떠났다. 반대로 전북은 2021년 부임 1년 차에 K리그 우승, 2년 차인 지난해 리그 2위와 FA컵 우승을 이끈 김 전 감독과 초반 부진에 결별했다. 초보 지도자로 성과를 냈어도 강력한 팬심을 이겨내지 못했다.
안 감독은 구단이 지도자를 바라보고 선임하는 기준과 시선을 정확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도자는 신이 아니다. 그리고 최소 10년은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구단에 (장기) 계획이 있고 체계가 갖춰지고 환경, 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 그에 부응하는 청사진도 있어야 한다"라며 구단이 지향하는 바와 목표에 부합하는 지도자가 동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난파선에 새 지도자가 올라 갑자기 성적을 급반전 시켜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의미다. 안 감독은 "(목표를) 달성해 줄 지도자가 누구일지 고민하며 선택하는 것이다. 그 기반 안에 지도자가 기대에 부응하고 함께 발전해 갈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여유를 보여야 한다. 이는 팬들에 대한 기본 계획이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감독이 모든 책임을 안고 가는 것은 후진적인 행태나 마찬가지다. 팬들의 의식도 해가 갈수록 진보한다. 감독을 방패막이로 세우고 뒤로 빠져 있지 말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그렇다. 안 감독도 "한국 축구가 발전하려면 그 구단의 청사진이 먼다. 그 안에 적합한 지도자가 누구냐,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가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와서 해결해 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도자가 희생되는 것에 대한 것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체계적인 선임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유수의 팀을 맡았던 브랜던 로저스 감독을 예로 들며 "감독 채용 면접 당시 (자신의 선수단 운영 계획이 담긴) 계획서만 64장이나 된다고 들었다. 그런 것처럼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프리미어리그 시청으로 눈높이가 올라간 팬들의 욕구를 채워야 하기 위해서다. 고민이 많아야 할 시기다"라며 더는 지도자가 국면 전환용으로 경질되는 등 소모성 부품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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