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폐업하고 임금 떼먹은 병원..."처벌불원서 작성도 종용"
[앵커]
인천의 한 대형 재활전문 병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들에게 갑자기 폐업 통보를 하면서 직원들은 급여도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졸지에 직장을 잃었습니다.
심지어 돈을 받으려면 임금 체불로 병원장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종용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윤웅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인천의 한 대형 재활병원.
200여 개 병상을 갖추고 3년간 운영되다, 지난 3월 말 갑자기 문을 닫았습니다.
진료를 시작한다는 입간판은 여전히 세워져 있지만, 출입문은 이렇게 굳게 닫혔고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직원들은 3월 급여가 들어오지 않자 폐업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실제로 나흘 뒤 폐업과 권고사직 통보를 동시에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직원의 절반 이상이 2, 30대인데, 일터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당장 생활비부터가 걱정입니다.
[A 씨 / 폐업 병원 직원 : 우선 나가야 하는 이자라든지 아니면 신용카드 값이라든지 관리금, 공과금 이런 거 다 하니까 실업급여만으로는 부족하더라고요.]
일부 직원들은 못 받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그러자 진정을 취하하고, 병원장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서를 작성하라는 원무과장의 요구가 병원 전체 SNS 대화방에 올라왔습니다.
이 절차가 완료돼야 급여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전체 직원 260여 명 가운데 230여 명이 처벌불원서를 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일한 대가도 받지 못할까 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동의한 거라는 설명입니다.
[B 씨 / 폐업 병원 직원 : 처벌을 원하죠. 그런데 그거를 써줘야지 우리가 체불임금을 어떻게든 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 그래서 저희는 그거를 다 서명을 한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사업장이 도산해 폐업한 경우 노동자는 임금과 퇴직금 일부를 근로복지공단에서 대신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습니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불원서 작성 여부는 여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최혜인 / 노무사 : 대지급금을 받기 위해서 꼭 처벌불원서를 먼저 제출할 필요는 없고, 대지급금을 받은 후에 처벌 의사를 그때 가서 밝혀도 무방합니다.]
진정 취하와 처벌불원서 작성을 공지한 이유를 묻기 위해 원무과장에게 연락해 봤지만, 할 말이 없다는 입장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병원장은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쌓여 폐업하게 됐다"며, 처벌불원서를 받으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병원 직원들에 대한 대지급금은 이르면 다음 달쯤 지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합쳐 한 명당 최대 천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어, 갑작스러운 폐업에 따른 직원들의 고통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입니다.
YTN 윤웅성입니다.
촬영기자 : 박재현
그래픽 : 이은선
YTN 윤웅성 (yws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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