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현안마다 충돌…강행처리-거부권, 극한대치로 점철된 정치권
의회 빼앗긴 與…野 설득 포기 대통령실만 바라봐, 협치 실종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오는 10일 출범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 정권은 바뀌었지만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 속 주요 사안마다 충돌하며 극한 대결을 이어왔다.
지난해 3월10일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 차이는 24만 표(0.73%p)에 불과했다. 웬만한 영화 한 편 관객 수보다도 적은 득표 차를 기록했다.
이런 박빙 차이로 야당이 된 민주당으로서는 의회 권력마저도 빼앗기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에도 여전히 168석이라는 수적 우위를 앞세워 국회에서 국민의힘을 압도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괴멸 위기로 내몰린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당선으로 다시 집권당의 지위는 되찾았다. 하지만 지난 총선 패배의 여파로 국회에서는 민주당을 막을 힘이 없는 115석의 이름뿐인 여당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런 여소야대 구도 속 여야의 극한 충돌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예고됐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불과 한 달 전이자 문재인 정부 막바지인 지난해 4월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했다.
여야 극한 대결은 검수완박법이 예고한 바와 같이 1년 내내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정부 예산안 처리 당시 극적 합의와 미국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대응하기 위한 이른바 'K칩스법'에 합의한 것 외에는 여야가 협치를 한 사례는 찾기 힘들 정도다.
올해 들어서 여야의 대결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바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직회부라는 카드까지 사용,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 전부터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거부권이 행사되며 정국은 급랭했다.
여당의 주장대로 거대 야당의 수적 우위를 앞세운 '입법 폭주' 측면도 있지만, 대통령만 바라보며 야당 설득을 포기한 여당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이 입법부인 국회에서 여당의 역할을 하지 못하자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떠맡기며 입법부와 행정부 간 갈등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정부와 사법부, 야당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도움은커녕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셈이 됐다.
이처럼 여야가 끊임없이 대치하는 배경에는 내년 총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겉으로는 모두 민생을 외치지만 결국 내년 총선에서 '내 편' 챙기기, 상대방 흠집 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구제하기 위한 전세 사기 특별법이 여야 간 이견 탓에 국회 입법화가 늦어지고 있다. 또 최근 민주당이 강행 통과시킨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계 직역 갈등을 불러왔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과 관련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계획이지만 직역간 갈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여당에서는 민주당이 국민 건강을 담보로 자신들의 간호사들의 편을 들며 총선을 앞두고 잇속을 챙기고 있다고, 야당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고 맞서고 있다.
앞으로 총선까지는 1년, 이런 극단적 대결 구도가 해소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민주당은 곧 공영방송지배권 구조를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의 강행처리를, 여당은 또다시 대통령 재의요구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입법 폭주와 재의요구권의 행사의 되감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윤석열 정부 1년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이런 극단의 대결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1주년 평가 토론회에서 "사회 각 분야에 여러 가지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국민께서 생각할 때는 아직까지 만족스럽다고 느끼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민과 함께 소중하게 일궈온 성과가 지난 1년 동안 몰라보게 많이 훼손됐다"며 "국민 자긍심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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