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황금마차 타고 2.3km행진, 444개 보석왕관 쓰고 왕좌 오른다
영국 새 국왕 찰스 3세의 대관식이 런던 시각 6일 오전 10시20분, 한국시각 오후 6시20분경 찰스 3세 부처가 탄 왕실 마차의 출발과 함께 성대한 막을 올린다. 선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70년간 장기 재위한 탓에 영국 왕의 대관식 역시 1953년 이후 70년 만이다. 영국 왕의 대관 의식은 버킹엄궁에서 약 1km 떨어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다. 찰스 3세는 1066년 윌리엄 1세 이래 이곳에서 대관식을 한 40번째 영국 군주가 된다.
대관식 행렬 출발
오전 10시 20분,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를 태운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가 버킹엄 궁을 출발한다. 이 마차는 지난 2021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재위 60주년을 기면해 호주에서 만든 것이다. 왕실 기병대와 근위병을 선두로 왕과 왕비의 마차와 왕실 가족들의 차량이 뒤를 따르면서 대관식장까지 약 2.3km의 거리에 1500여명이 참여한 긴 행렬이 이어진다.
행렬은 버킹엄 궁 앞에서 성 제임스 공원 옆으로 지나 런던 시내로 뻗어 있는 대로인 ‘더몰(The Mall)’을 지나 트라팔가 광장으로 이동한 뒤, 정부 청사 있는 화이트홀과 의회 앞 길을 따라 내려온 뒤 방향을 틀어 대관식 시작 직전인 10시55분경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정문인 ‘그레이트 웨스트 도어’에 도착한다.
웨스트민스터 도착
찰스 3세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들어오면 본격적인 대관 의식이 시작된다. 찰스 3세가 제단 바로 앞의 사원 한 가운데로 이동하는 동안 영국 국교회를 비롯한 여러 종교 지도자와 영연방 국가의 총독과 총리, 리시 수낙 영국 총리 등이 그의 뒤를 따른다. 11시 정각이 되면 영국을 대표하는 음악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작품과 아버지 필립 공을 기리는 그리스 정교회 성가 등 찰스 3세가 직접 선택한 음악들이 연주될 예정이다.
사원 내 행렬에 참여하는 이들은 대관 의식에 쓰일 왕의 예복과 그의 권위와 정통성을 뜻하는 보주(寶珠·Orb)와 홀(笏·spectre) 2개 등 상징물을 들고 있게 된다. 이 이 자리에는 찰스 3세의 장손이자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조지 왕자가 커밀라 왕비와 그의 전 남편 앤드류 파커 보울스 사이의 손자·손녀 6명도 시동(侍童·page)으로 참여한다.
새 군주로 인정
대관 의식의 첫 단계는 이른바 ‘인정(recognition)’이다. 이 의식을 통해 찰스 3세는 영국의 새 군주인 자신을 백성 앞에 드러내고, 이를 확인받는다. 그는 700년의 역사를 품은 대관식 의자(The Coronation Chair) 옆에서 동서남북 4방향을 향해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 이때 그가 “의심할 여지 없는 왕(undoubted King)”임이 선포된다.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첫번째 선언을 하고,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기사단인 가터 기사단과 시슬 기사단, 영국군의 조지 십자 훈장 수여자 대표자 등이 그 뒤를 따른다. 청중은 “신이여 왕을 구하소서!”로 응답하고, 각각의 인정 선언 때마다 트럼펫이 울린다.
선서와 맹세
찰스 3세는 이어서 대관식 선서를 한다. 캔터베리 대주교가 “영국 교회는 모든 신앙을 가진 이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고, 찰스 3세에게 “통치 기간 동안 법과 영국 국교회를 수호할 것”을 확인토록 한다. 찰스 3세는 이에 성경에 손을 얹고 이 약속을 “수행하고 지키겠다(perform and keep)”며 맹세한다. 찰스 3세는 이어서 “충실한 개신교도(faithful Protestant)”임을 확인하는 두번째 선서를 한다.
성유(聖油) 의식
드디어 대관식의 가장 중요한 단계가 펼쳐진다. 찰스 3세가 예복을 벗고 대관식 의자에 앉으면, 캔터베리 대주교는 황금 독수리 모양의 성유 그릇(ampulla)에서 대관식 숟가락으로 성유를 덜어내 새 국왕의 이마에 십자가 모양으로 바른다. 성유 그릇과 스푼은 각각 17세기와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의식이 벌어지는 동안 찰스 3세와 대주교의 모습은 장막으로 가려져 볼 수 없게 된다. 대관식 전체에서 가장 성스럽고 은밀한 의식이다.
왕관을 쓰다
장막이 걷히고 찰스 3세의 모습이 드러나면 드디어 444개의 보석이 박힌 대관식 왕관(성 에드워드 왕관)이 씌워질 차례다. 대관식의 하일라이트다. 찰스 3세는 먼저 ‘수페르투니카(Supertunica)’로 불리는 금색 망토를 입고, 대관식 반지와 보주, 십자 홀, 비둘기 홀 등을 받아 쥐게 된다. 그리고 켄터베리 대주교가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찰스 3세의 머리에 씌운다. 런던탑에서는 62발, 기병 퍼레이드에서는 6발의 예포가 울린다. 에든버러, 카디프, 벨파스트 등과 해군 함정에서도 예포가 쏘아올려진다.
왕좌에 오름
찰스 3세는 이제 왕좌로 옮겨 앉는다. 전통적으로 성직자와 왕족, 귀족들이 다가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충성을 다짐하며 찰스 3세의 오른손에 입을 맞춘다. 이번 대관식에서는 윌리엄 왕세자가 대표로 나서 무릎을 꿇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상 처음으로 대주교가 사원 내의 대관식 참석자와 집에서 대관식을 보는 영국 국민 모두에게 충성 다짐을 요청할 예정이다.
왕비의 대관과 성찬식
왕의 대관 의식이 끝나면, 같은 형식이지만 선서 없이 더 간단하게 왕비의 대관 의식이 이뤄진다. 커밀라 왕비는 1911년 메리 왕비가 대관식 때 쓴 왕관을 다시 쓴다. 단 인도에서 약탈해 와 인도 식민 지배의 상징이 된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는 뺐다. 대관 의식을 마친 왕과 왕비는 카톨릭 미사에서 행하는 것과 비슷한 성찬식을 갖는다.
버킹엄 궁으로 출발
대관 의식은 오후 1시경 끝날 예정이다. 찰스 3세 부처는 왕좌에서 내려와 재단 뒤쪽에 있는 성 에드워드 예배당으로 간다. 여기서 찰스 3세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벗고, 제국 왕관(Imperial State Crown)을 쓴다. 영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왕과 왕비는 사원 밖으로 나와 1831년부터 대관식에서 쓰여온 황금 마차(Gold State Coach)를 타고 버킹엄 궁을 향해 출발한다.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가는 이 행렬은 약 4000명의 영국 군인들과 영연방국가 및 해외 영토 대표들이 합류,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올 때보다 더 화려하고 길어질 전망이다.
궁 발코니에서 인사
대관식의 마지막은 찰스 3세와 왕실 가족이 버킹엄 궁의 발코니로 나와 궁앞에 운집한 군중들에게 인사하고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30분, 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쯤이 될 예정이다. 이 때 영국 공군 소속 전투기와 폭격기 등이 약 6분간 하늘을 가로지르며 새 군주의 탄생을 축하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