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해킹에 보안 점검 거부한 선관위, 무얼 감추겠다는 건가

조선일보 2023. 5. 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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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선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실시된 2022년 3월 5일, 선관위의 준비 부족과 부실 관리로 전국 곳곳서 큰 혼란이 벌어졌다. 투표 용지를 소쿠리 등으로 운반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위). 일부 투표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아래 오른쪽),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이름 옆에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아래 왼쪽)가 유권자에게 배부되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가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고도 국가정보원과 행정안전부의 보안 점검 권고를 거부했다. 정부의 보안 컨설팅을 받으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아무리 헌법상 독립기관이어도 해킹 위험이 닥쳤다면 보안 기관의 점검을 받는 게 당연하다. 선관위 입회 아래 해킹 점검을 하는 것이 정치 중립성과 무슨 관계가 있나.

국정원은 지난 2년간 선관위가 악성 코드와 해킹 메일 공격을 8차례 받았고, 이 중 7번이 북 정찰총국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매번 선관위에 메일과 전화로 통보했다고 했다. 선관위는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 국정원이 통보 내용을 공개하자 뒤늦게 “전 부처 공통으로 제공받는 통상적 해킹 의심 메일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만일 선관위가 해킹을 당해 선거인 명부가 유출되거나 투·개표 조작, 시스템 마비 사태가 생기면 치명적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와 같은 투·개표 장비를 쓰는 이라크에서도 해킹 시도가 있었다. 선관위는 “자체 점검 외에 외부 자문 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할 뿐 북 해킹을 어떻게 막았고 어떻게 대비하는지는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이라크와 달리 외부 통신망과 단절돼 있어 해킹 우려가 없고 개표 조작도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 대선 때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기고 이미 기표한 용지를 유권자에게 나눠준 일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친정권 인사들이 선관위를 장악해 선거 때마다 민주당 편을 들기도 했다. 민주당의 ‘100년 친일 청산’ ‘적폐 청산’ 구호는 허용하고, 국민의힘의 ‘민생 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 ‘거짓말 OUT’은 금지했다. 대선 때도 국민의힘을 비방하는 ‘신천지 비호 세력’ ‘술과 주술에 빠졌다’는 허용했다. 정권 하수인이란 지적까지 들을 정도였다.

감사원이 소쿠리 투표 등에 대해 감사하려 하자 “헌법상 독립 기구라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버텼다. 이번엔 중립성과 관계도 없는 해킹 점검까지 못 받겠다고 한다. 건드려선 안 될 성역인 양 행동하며 국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이러니 “도대체 무엇을 감출 게 있어서 저러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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