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동반 엘리뇨 온다...가뭄고통 남부지방, 올여름엔 홍수 걱정
작년 초부터 호남권은 극심한 가뭄을 겪었지만 올여름은 홍수 걱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열대 동태평양(중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4월부터 급속히 상승해 5~7월 ‘엘니뇨’가 발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 여름과 겨울 많은 강수가 나타난다. 남부 지방은 가뭄 터널을 빠져나오니 홍수가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평양 엘니뇨·라니냐 감시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4월부터 급상승하면서 당초 6월 발생할 것으로 보이던 엘니뇨가 한 달 이른 5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반대로 이곳 해수면 온도가 떨어지면 ‘라니냐’라고 부른다. 최근 3년간은 라니냐가 이례적으로 이어졌는데, 올해는 엘니뇨로 전망된다. 엘니뇨와 라니냐가 반대 현상인 만큼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도 반대 양상을 보이겠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우리나라 전역에 ‘극단적 강수 편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작년에 우리나라가 중부 지방은 폭우, 남부 지방은 가뭄에 시달리게 된 직접적 원인은 ‘비의 전선’에 있었다.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초여름부터 일찍 확장하고, 더운 공기가 북쪽 찬 공기와 만나 중부 지방에 정체전선을 만들며 서울에 시간당 141.5㎜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반대로 호남권엔 장마전선이 오래 머물지 않고 태풍까지 비껴가면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이런 극한 기상은 지난 3년간 이례적으로 지속한 라니냐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다.
반대로 엘니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 영향을 줘 강수량이 늘어난다. 반면 중부 지방은 감소한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동쪽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대류(對流)가 활발해지고, 우리나라와 일본 쪽에 저기압성 순환이 발달하면서 ‘바람 통로’가 형성된다. 동아시아 쪽으로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는데 특히 우리나라 남부 강수량에 영향을 미친다. 엘니뇨는 11~12월 가장 큰 세력을 떨치기에 우리나라 전역에 초겨울부터 많은 눈도 예상된다.
엘니뇨는 1951년 이후 23차례 발생했다. 이 중 1972년, 1982년, 1997년, 2015년은 감시 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게 나타나면서 ‘매우 강한’ 것으로 기록됐다. 2015년 엘니뇨 당시 우리나라는 11~12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았고, 강수의 빈도와 양도 더 많았다.
보통 엘니뇨가 발달하면 기온이 평소보다 떨어질 때가 많다. 그런데 올해는 기온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는 올해 5~6월에는 평년 수준으로 내릴 가능성이 50%, 더 많이 내릴 가능성이 30%로 나타났다. 7월에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이 내릴 확률이 각각 40%로 가장 높게 전망됐다. 결국 더 덥고 더 습한 여름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엘니뇨와 라니냐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중태평양)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 반대로 라니냐는 같은 태평양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0.5도 이하 낮게 계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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