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익위, 감사원에 ‘전현희 위원장 조사하려면 질문지 미리 보내라’
일정 이유로 출석일 지정도 미뤄
국민권익위원회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유리하게 유권해석을 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와 근무 태만 혐의 등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감사원에 사실상 ‘특혜 조사’를 요구했던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감사원이 대면 조사를 위해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전 위원장이 ‘공식 일정’을 이유로 출석일 지정을 계속 미뤄온 사실도 드러났다.
본지가 감사원과 권익위를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권익위는 지난해 9월 말 감사원이 전 위원장 대면 조사를 위해 일정 협의를 요청하자 다음 달 5일 감사원에 공문을 보내 ‘전 위원장 조사는 10월 14~20일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사 장소는 정부세종청사 권익위원장 집무실로 한정하고, 조사 전 질문지를 미리 보낼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이 권익위 감사를 담당하는 특별조사국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받아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권익위 관계자는 ‘전 위원장 집무실에서 조사할 것’과 ‘질문지를 보낼 것’을 재차 요구했다.
감사원의 대면 조사는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감사원에 출석해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국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도 모두 감사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대면 조사 질문지를 미리 받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문 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서면 조사 요청을 받은 경우 정도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감사원에 공문을 보내, 전 위원장이 감사원 감사팀이 권익위에서 하는 실지 감사(현장 조사) 기간에만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대면 조사는 현장 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당사자 해명을 듣는 사후 기간에도 진행된다. 권익위는 또 감사원에 ‘전 위원장 조사 일정을 협의하자’는 공문을 보낸 뒤 감사원이 조사 날짜를 제시하고 출석을 요구하면 ‘그날은 공식 일정이 있어서 조사받을 수 없다’며 다른 날짜를 제시하는 식으로 3차례에 걸쳐 조사를 미뤘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이 일정 조율을 구실로 조사를 회피하고 있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감사 방해 혐의로 전 위원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감사원에 출석하면서 “감사원과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는데, 감사원이 아무런 통보 없이 수사 요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감사원에 ‘나를 조사해 달라’고 20회 가까이 요청했으나 묵살됐고, 감사원은 나중에 공식 일정이 오래 전부터 잡혀 있는 날짜를 콕 집어 출석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감사원이 제시한 날짜에는 도저히 조사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인데 감사원이 조사 거부와 감사 방해로 몰고 갔다”고 했다. 감사원에 대면 조사 질문지를 미리 달라고 한 것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소명하기 위해서, 증거 자료를 준비해 진술하기 위해서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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