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코드 맞추느라… 송·배전망 투자는 되레 줄여
한전은 심각한 경영 악화 상황이 다가오는데도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면서 정작 중요한 송·배전망 투자는 오히려 줄이는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은 부족해도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발생하지만, 전력 생산을 해도 송전이 제대로 안 되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다. 그런 만큼 한전이 안정적 전기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내팽개친 채 문재인 정권의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한전은 2030년까지 발전 자회사를 포함해 태양광·풍력·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3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20년 발표문이다. 매년 3조원 이상 필요한데 그해 한전 당기순이익은 2조원, 이듬해엔 당시로선 최악인 5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 곳간이 비어 빚을 내 전기를 공급해야 할 판에 수십조원을 재생에너지에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전은 당장 시급한 송·배전망 투자는 줄였다. 지난해 송·배전망 투자비는 6조135억원으로 전년(6조3907)보다 6% 감소했다. 5년 전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다. 비록 한전이 올해부터 2036년까지 송·배전망에 5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재정난으로 말뿐인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송·배전망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경기 용인에 새로 짓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원전 4기에 해당하는 4GW 규모 발전기와 송·배전망 설치가 시급하다. 전력망이 불안해지면 반도체·철강·석유화학·정유 등 국내 대표 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업계 특성상 일분일초만 정전이 일어나도 수십억~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기업과 가정이 송·배전망 노후화와 투자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전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판이다. 국민 몫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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