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수주 기피… 알짜 재건축 단지도 시공사 못구해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미분양에 대한 우려로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수주를 기피하면서 재건축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면서 해당 아파트 거주자들은 낡고 위험한 곳에서 계속 거주해야 하고, 부동산 시장 전체적으로도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서울 같은 대도시는 집 지을 땅이 부족해 재건축 사업이 주택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한다”며 “재건축이 미뤄지면 결국 새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지원을 할 때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알짜 사업지도 시공사 선정 난항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맨션’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초 아파트를 지을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다. 하지만 입찰에 응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지난해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를 포함한 7개 업체가 참가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5차례 입찰이 진행될 동안 응찰에 나선 것은 롯데건설이 유일했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할 때 입찰한 건설사가 한 곳뿐인 경우 강제 유찰되고, 2회 이상 유찰되는 경우에만 조합이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건설사 참여를 늘리기 위해 조합은 당초 3.3㎡당 525만원이던 공사비를 719만원까지 끌어올리고, 입찰보증금도 9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대폭 낮췄지만, 최근 5차 입찰에는 롯데건설마저 발을 뺐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덕현대’ 재건축 조합 역시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입찰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이달 중 재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 알짜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도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청량리역과 도보 5분 거리에 610가구 규모로 조성될 예정인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은 올해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지만, 롯데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해 모두 유찰됐다. 노량진뉴타운 중 규모가 가장 커 대형 건설사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됐던 동작구 ‘노량진1구역’도 삼성물산과 GS건설 외에는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두 곳 중 한 곳이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관리할 때,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원자재 수급 등의 사유로 준공이 지연됐을 경우 시공사에 배상 책임을 면해주는 등 건설사 부담을 덜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사업 꺼리는 건설사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 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작년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경찰 고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대형 건설사 10곳 중 6곳은 창사 이래 재건축·재개발 수주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우려가 커진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비는 폭등했다. 고금리로 인한 금융 비용까지 감안하면 아파트를 지어도 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건설사들의 주택 부문 원가율(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만 해도 80%대 초반이었지만, 최근엔 9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신규 수주액은 4조5242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7786억원)보다 33.3% 줄었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4곳은 올해 1분기 정비사업 수주를 단 한 곳도 하지 않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주를 할수록 손해인 데다, 조합과 공사비 갈등도 불가피해 일단 올해는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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