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과거사 사과, 기시다 응답할 차례”

신진우 기자 2023. 5.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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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5일 양국 정부는 최종 입장 조율에 나섰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안방에서 회담이 열리는 만큼 일본 입장에서 뭔가 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겠지만 우리 역시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안방에서 최소한의 국민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윤 대통령이 직접 주도한 한일 관계 정상화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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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내일 정상회담] 尹-기시다 내일 정상회담
기시다 직접 사과 여부 최대 쟁점
대통령실 “日 어떻게 할지 잘 알것”
징용해법-북핵대응-오염수도 현안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소인수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03.16.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5일 양국 정부는 최종 입장 조율에 나섰다. 정부는 공식적으론 “한일 정상이 셔틀 외교를 재개한 것 자체가 의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는 물론 안보협력, 방사능 오염수 문제 등 양국 간 민감한 쟁점이 적지 않은 만큼 회담에서 최대한 유리한 성과를 내기 위해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안방에서 회담이 열리는 만큼 일본 입장에서 뭔가 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겠지만 우리 역시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안방에서 최소한의 국민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윤 대통령이 직접 주도한 한일 관계 정상화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7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기시다 총리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직접 언급할지 여부다. 기시다 총리는 3월 윤 대통령 방일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선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 포함된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 등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과는 일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이제는 일본이 응답할 차례”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것”이라고도 했다. 양국 정부가 회담에 앞서 사과 입장을 조율하거나, 우리가 직접적으로 사과를 요청하지도 않겠지만 일본이 이젠 성의 있는 조치로 화답해야 할 때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한일 정상이 안보협력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낼지도 관심사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한일 정상은 이번 회담에 이어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도 갖는다. 한일 정상은 이번 회담에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등 탐지 기능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미일 정상회담에선 새로운 안보 협의체 신설 등의 논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부 소식통은 “특히 안보 분야에선 이번 회담이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 협력을 다지는 ‘징검다리 회담’ 성격도 있다”고 전했다.

한일, ‘미래기금’ 규모 확대 공감대… 日 피고기업 참여 관건





한일 정상회담 4대 현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방한으로 12년간 중단됐던 한일 셔틀외교가 재개되면서 한일 정상이 어떤 의제를 논의하고, 메시지를 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일 간 핵심 현안은 4가지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 여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안보협력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다. 한일 양국은 이런 현안과 관련해 공통된 인식을 가진 지점도 있지만, 입장이 엇갈리는 부분도 적지 않다.》

韓, 기시다 직접 ‘사죄’ 언급 기대… 日, 방한직전까지 입장 고심할 듯

① 기시다 과거사 사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앞서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 안팎에선 기시다 총리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일본 총리가 밝힌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 내용을 직접 언급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역대 내각 입장을 계승한다는 입장만 냈고, 부정적인 국내 여론은 증폭됐다.

윤석열 대통령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이 다가올수록 대통령실 내부에선 기시다 총리가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직접 밝히는 등 성의 있는 호응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5일 “미국 등 국제사회 여론도 있는 만큼 일본이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도 “한일 정상이 미래의 문을 연다고 해서 과거의 문이 닫힌 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정부는 회담에 앞서 일본 측과 사과를 둘러싼 사전 조율 등은 갖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 소식통은 “민감한 이슈를 다루기엔 이번 회담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면서 “사과를 하더라도 일본이 자발적으로 하는 모양새가 돼야 더 진정성이 있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기시다 총리의 사과를 바라는 국내 여론을 전하며 일본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도 기시다 총리 방한 직전까지 어떤 입장을 낼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상황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기시다 내각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가라는 자국 내 여론은 물론이고 보수 강경 목소리까지 두루 들어보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해득실을 고려해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미래기금’ 계획 발표 가능성… 韓 “日 성의 보여야”

② 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핵심은 일본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이 배상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느냐다. 특히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가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기로 한 만큼 피고 기업이 이 기금에 공식 참여한다는 뜻을 밝힐지가 관심사다.

다만 기금이 아직 설립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 등이 발표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국 실무자들 간에 기금 운용 등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일본 측은 기금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고 기업 참여 등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미래 파트너십 기금 운용 계획 등은 발표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일 양국은 기금이 조만간 정식으로 설립되면 참여 기업들을 추가하거나, 기금액을 늘리는 것을 두고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금은 현재 전경련과 경단련이 각각 10억 원만 우선 출연한 상태다.

우리 정부는 피고 기업도 늦지 않은 시점에 참여해 배상에서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 측은 “피고 기업의 참여 여부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영역”이라는 뜻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韓 “북핵대응, 한미공조 우선”… 日, 한미일 협의체 원해

③ 북핵 대응 안보협력

북한이 최근 한미일을 동시에 겨냥해 노골적인 핵 타격 위협을 이어가는 등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한일 간에는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도 한일 양국에 안보 공조 수위를 높이자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한미일 안보 결속 강화를 통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일 양국 간 정보 교류의 정확성·신속성을 확보하고 탐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보협력을 바라보는 양국의 시선에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한국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방안인 ‘워싱턴 선언’이 발표된 만큼 한미 간 협력을 다지는 게 먼저라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1일 조태용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한미일 3국 핵우산 협의체가 신설될 가능성과 관련해 “한미 양자 간 시스템을 갖춰 안정시키고 각론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반면 일본은 새로운 한미일 안보협의체 가동 등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정부 소식통은 “당초 6월로 예상됐던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정상회담이 앞당겨진 것도 일본 측 요청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가 안보협력의 결속력을 강화하면서 일본이 조급해졌을 수도 있다”며 “일본은 당분간 한미일 안보협력의 판을 키우길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3.16. 도쿄=뉴시스

日 오염수 안전성, 한일 과학자 공동조사 방안 논의할 듯

④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한일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과는 별개로 한일 양국 과학자들이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을 함께 재검토하는 등 두 정부 차원의 공동 조사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일본 오염수 문제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만큼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검증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AEA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모니터링 계획을 신뢰할 수 있다”는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한국이 일본과 가장 인접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양국 간 추가 검증 등을 해야 한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양국이 오염수 공동 조사에 나설 경우 형식적인 검증에 머물진 않을 것”이라며 “양국 간 관련 협의체 창설 등도 가능한 옵션(선택지)들”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IAEA의 검증을 받고 오염수 방류를 진행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다만 일본도 오염수 문제에 대한 한국 여론이 매우 민감하다는 점을 알고 있어 추가 검증 등의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일본이 오염수와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완전 배제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양국 공동 조사에 나서더라도 일본이 어느 정도 주도권을 쥐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양국의 오염수 추가 공동 검증이 자칫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할 명분만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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