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핵 옵션 불씨는 살려놔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자체 핵무장’을 이제 그만 거론하자는 식의 입장을 밝혀 군 안팎에서 논란이다. 이 장관은 지난 1일 언론 기고에서 4·26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 관련 설명을 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또는 우리의 자체 핵무장을 희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방안들이 초래할 국제 정치와 경제적 파장, 그리고 군사적 실효성 등을 고려해 볼 때 현시점에서 우리의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안은 확장 억제(핵우산) 실행력을 높이고 우리 군의 ‘3축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예비역 육군 대장은 이에 대해 “워싱턴 선언으로 핵우산이 강화됐다는 걸 강조하려는 뜻은 알겠는데 그간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꾸준히 거론돼온 방안을 갑자기 깎아내리는 것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전직 군 고위 관계자는 “주미 대사나 외교부 장관도 아니고 국방장관이 자위권(自衛權)의 하나인 핵무장 카드를 스스로 걷어차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핵무장 시 제재가 가해질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국방부 장관이 할 소리냐는 것이다.
이 장관의 견해는 그간 윤석열 정부가 보인 정책 기조와도 온도 차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1월 업무 보고에서 “북핵 문제가 더 심해지면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스스로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하버드대에서도 ‘독자 핵무장을 하자는 의견이 한국에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북한이 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할 때마다 그런 주장이 힘을 얻기도 한다”면서 “한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1년 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핵우산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한 지 이틀 만에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핵우산을 강화하면서도 여차하면 핵무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장관의 기고문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핵 포기성 발언”으로 읽혔다고 한다.
NPT는 국제사회에서 ‘핵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런 NPT도 예외 조항을 두고 안보리 상임이사국 5국 이외의 나라도 핵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다. NPT 제10조 1항에는 ‘조약상 문제와 관련한 비상사태가 자국의 이익을 위태롭게 할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장 우리가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 만큼, 핵개발 불씨는 살려놓으며 핵연료 재처리 기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놓고 미측과 치열하게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우산을 앞으로 더 발전시키는 데도 핵무장 카드는 쓸모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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