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이어 경제 진두 지휘… 印 유리 천장 깬 여걸 장관
지난 2018년 9월 인도 전통 의상인 사리를 입은 여성이 헬리콥터에서 내리더니 인도·파키스탄 국경 분쟁의 최전선인 군 초소로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방탄모 쓰고 수염 성성한 건장한 체격의 인도 군인들이 줄줄이 수행하며 호위했다. 이 여성은 인도 국방장관인 니르말라 시타라만(sitharaman·64)이었다. 여성 국방장관이 군복을 입은 남성들을 지휘하는 모습은 남성 중심의 군대 조직에 익숙한 세계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36위, 2021년 포천지 선정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등 인도 우먼 파워의 상징인 시타라만 장관이 인천 송도에서 2~5일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번엔 국방장관이 아니라 재무부 장관 겸 기업부 장관 자격으로 참가했다. 그는 국방장관에 이어 2019년 5월 재무장관으로 임명됐다.
시타라만 장관은 5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여성들은 온화하면서도 또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많은 한국의 여성 리더를 보고 싶다”고 했다. 푸른 사리 차림의 시타라만 장관은 “남성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한국 여성을 위한 공간을 조금 더 열자는 뜻”이라며 말을 이었다.
2014년 모디 정부 출범과 함께 상업 및 산업부 장관을 지낸 그는, 3년 뒤인 2017년 9월 남성 전유물로 여겨지던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다. 임명되던 날, 그는 스스로 “인도에서 여성의 지위가 어떤지에 대한 큰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 인도는 여성의 지위 향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타밀어를 쓰는 힌두교 브라만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인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자와할랄 네루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땄고, 현재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대변인 등을 지내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엘리트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경제학 주전공을 살려 세계 5위 ‘거인’으로 성장한 인도 경제의 키를 잡고 있다. 한국 정부로 치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을 두루 거친 것이다.
시타라만 장관은 인터뷰에서 인도 경제의 강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인도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특히 강합니다. 코로나 위기 때에 인도는 백신을 스스로 개발하고, 제조하며, 우리 국민들에게 1·2차 접종까지 성공했던 나라입니다. 인도가 전 세계 백신의 60%를 공급하고 있죠.”
중국을 넘어 인구 1위 대국이 된 인도의 인재 수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시타라만 장관은 “인도는 청년들에게 한국어 등 해당 국가의 언어를 배우도록 하고, 높은 기술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해당 국가 사회에 잘 융화되도록 소프트 스킬도 가르친다”고 했다. 그는 “반도체 등 인도와 한국이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에서 경제 교류에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했다.
한국과의 무역에 대해선 인도 수산물에 대한 관세 철폐 등 인도 물품이 한국에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인도 수출은 188억7000만달러, 인도로부터의 수입은 88억9700만달러 수준이며, 우리의 11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한국과 인도는 1973년 수교 이래 올해로 수교 50주년을 맞았다. 시타라만 장관은 “이제 인도 가정에서 삼성 휴대폰과 기아 자동차 등으로 한국이란 국가 이미지가 매우 좋아졌다. 젊은이들은 한국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고, 인도 사회에서 한국 요리도 잘 알려졌다”면서 “기회의 땅인 인도에 보다 많은 투자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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