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는 탱자, 봉순은 과꽃… 꽃으로 다시 피어난 ‘토지’

곽아람 기자 2023. 5.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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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토지를 읽다

김민철 지음|한길사|360쪽|1만8000원

“서희는 해당화 가지를 휘어잡았다. 그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이냐…’ 속삭이듯 물었다.”

광복을 맞은 서희를 그린 박경리 소설 ‘토지’ 마지막 장면. 사실 해당화는 가지에 가시가 무수히 돋아나 있어 어디 한 군데 잡을 만한 곳이 없다. 저자는 이렇게 해석한다. “작가가 해당화 가지에 가시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는 서희가 해방의 감격에 겨워 해당화 가지에 억센 가지가 가득하다는 것도 잠시 잊을 정도였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꽃기자’ 김민철이 박경리 타계 15주년을 맞아 ‘토지’의 인물들을 함께 등장하는 꽃과 식물로 풀어낸다. 도도한 서희는 가시 돋친 탱자나무, 너그러운 길상은 품 넓은 파초, 애처로운 봉순은 ‘과부꽃’인 과꽃…. 꽃향기, 잎사귀 모양, 가지의 생김새와 어우러져 책 속 인물들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저자가 직접 찍은 꽃 사진 135장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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