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20] if you sing with the tongue of angels
“그의 음악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한창 청춘의 냄새를 풍기며 트럼펫을 불던 쳇 베이커는 마약에 빠져 감옥을 전전하다가 전기 영화를 찍자는 제안을 수락하고 감옥에서 나온다. “이렇게 있으면 엄마 자궁 속으로 돌아간 기분이야.(it’s like I’m crawling back inside my Mama’s womb.)” 헤로인에 빠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연기하는 쳇. 쳇 베이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본 투 비 블루(Born to be Blue∙2016∙사진)’의 한 장면이다.
오랜만에 쳇을 찾아온 옛 매니저 딕은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연기 중인 쳇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쳇(이선 호크 분)은 이제 약을 끊고 “개 이빨처럼 깨끗하다(Clean as a hound’s tooth.)”며 음악으로 재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딕은 마지못해 다시 쳇의 손을 잡는다.
쳇은 음악에 해박한 자신의 상대역 제인(카먼 이조고 분)에게 호감을 느끼고 둘은 음악을 매개로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제인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 쳇은 운 없게도 길거리에서 시비에 휘말려 폭행을 당하고 트럼펫 주자에게 생명과도 같은 앞니를 통째로 잃는다. 실의에 빠진 쳇. “트럼펫 못 불면 세상이 끝나?(So it’s trumpet or nothing?)” 제인의 책망에 쳇의 대답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래!(yes!)” 쳇은 제인의 극진한 애정 덕에 가까스로 무대에 복귀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결국 약에 손을 댄다.
딕은 약의 힘에 기대지 말라며 만류한다. “천사의 혀로 노래하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시끄러운 심벌즈인 거야.(if you sing with the tongue of angels but you have no love, then you’re a clanging cymbal.)” 하지만 쳇의 영혼은 이미 사랑으로 채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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