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틱톡, 원신… 중국 기업들이 Z세대 파고든다

이혜운 기자 2023. 5.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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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반중 정서 강해도 세력 넓히는 中기업

“요즘 애플 워치 줄은 ‘알리’에선 1000원도 안 해.”

시곗줄을 바꾸려는 내게 동생이 말했다. ‘알리가 뭐지? 당근마켓 같은 건가?’ 알리는 중국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 익스프레스’의 줄인말. 지난 3월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에서 쇼핑 부문 신규 앱 설치 1위를 차지할 만큼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지난 4월 말 방한한 틱톡 CEO 저우서우쯔가 한국 지사 직원들과 단체 셀카를 찍는 모습. 최근 소셜미디어 앱인 틱톡과 쇼핑 앱인 알리 익스프레스는 Z세대를 중심으로 국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틱톡 트렌드 토픽, 그래픽=송윤혜

알리를 설치하고 앱을 켰다. 적힌 가격이 원화가 맞나 다시 한번 확인할 정도로 쌌다. 애플 워치 스트랩의 경우, 쿠팡 최저가는 5260원인데, 알리에서는 97원이었다. 이마저도 코인으로 결제하면 추가로 3% 할인이 가능하고, 무료 배송이다. 그 외에도 야외 스포츠용 카메라, 음파 전동 칫솔 등은 모두 456원에 판매(무료 배송)하고 있었다. 알리를 주로 이용한다는 김모(30)씨는 “물건을 사다 보면 배송이 빠르고 하자 없는 물건을 찾아내는 눈이 생긴다”며 “싼 가격, 안전과 관련 없는 제품, 급하게 필요하지 않은 것 등을 주로 산다”고 말했다.

Z세대 침투한 중국 기업

2016년부터 시작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 인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반중(反中) 감정은 어느 때보다 높지만, 중국 기업의 국내 침투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고물가로 중국산(産)의 가격 경쟁력이 커진 데다, 예전과 달리 품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보안 문제로 미국과 유럽 시장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도 있다. 그 대상은 기업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 Z세대(1995년 이후 출생)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이다.

“틱톡 영상이 민망하냐, 재미있느냐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나뉜다.”

한 연예기획사 임원의 말이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 등이 지난해 7월 한국인 10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틱톡은 19.4억분으로 카카오톡(18.6억분)과 인스타그램(14.1억분)보다 더 긴 시간을 점령했다. 틱톡이 Z세대의 일상생활에 빠뜨릴 수 없는 툴이며, 트렌드의 발신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데뷔 후 최단 기간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한 걸 그룹 ‘피프티피프티’, J팝 최초로 국내 멜론 차트 100에 진입한 이마세도 모두 틱톡으로 전파됐다.

/틱톡 트렌드 토픽 캡쳐 방한 중 싸이를 만난 틱톡 CEO

이렇게 국내 틱톡 시장이 중요해지자 저우서우쯔 틱톡 CEO가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했다. 저우서우쯔는 1박 2일 동안 월드스타 싸이를 만나고, 각 분야 대표 크리에이터 20명을 만나 틱톡 사용의 고충을 듣고 갔다고 한다. 앞서 저우서우쯔 CEO는 보안 문제로 미국 내 틱톡 사용이 금지되는 추세를 보이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청문회에도 참석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틱톡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아시아 시장에 더 집중하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보인다.

/알리 익스프레스 인스타그램

알리 익스프레스도 지난 3월 초 영화배우 마동석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 시장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J대한통운과 협업하며 배송 기간을 단축하고, 인기 제품을 초저가로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품질·기술력도 높아져

중국 제품의 품질이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을 흔들어 놨던 ‘원신’이다. 지난 2월 구글 플레이 매출 1위에도 오른 중국 기업 호요버스의 역할수행게임(RPG) ‘원신’은 3D 구현 화질과 속도가 타게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게임 원신의 캐릭터 /원신 인스타그램

그동안 국내 게임 시장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같은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장악하고 있었다. MMORPG는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해야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경쟁을 유도해 돈도 많이 든다. 그러나 원신 같은 RPG 게임은 혼자 틈틈이 즐길 수 있고,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MMORPG에 싫증 난 사람들이 RPG로 많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호요버스가 원신에 이어 출시한 ‘붕괴: 스타레일’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몇 년째 국내 PC방 1위를 지키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도 모기업은 중국 텐센트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원신의 인기는 중국 게임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세계 드론의 90%를 점령한 DJI, 올해 1분기(1~3월)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중국 전기차 그룹 비야디도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 뚜렷한 경쟁사가 없는 DJI는 개인용 드론뿐 아니라 기업 피씨디렉트와 농업용 드론을, 엠지아이티와 산업용 드론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국방부 등 연방정부 기관에서 DJI 드론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최근 플로리다주에서도 중국산 드론의 이용을 금지했지만 한국에서는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그룹 비야디도 최근 한국 사무소를 열고 1t 전기트럭 ‘T4K’를 국내에 출시했다. 홍성태 한양대 명예교수는 “중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신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며 “중국 호요버스 대표처럼 젊은 창업자들도 꾸준히 나와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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