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규제에 묶여, 한국은 스타트업 무덤 [낡은 규제에 발목 잡힌 K스타트업]
SPECIAL REPORT
핀테크 업체인 한국NFC는 소상공인 등 판매자가 값비싼 카드단말기(포스기)없이 스마트폰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선 정식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 사장될 뻔한 이 기술은 그나마 애플이 ‘탭투페이’에 사용키로 하면서 현재 미국·대만에서 서비스 중이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소상공인이 포스(POS)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신기술이지만 한국에선 규제에 막혀 서비스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휴대용 X레이’ 장비 제조업체 오톰.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장비 공급 업체로 등재될 만큼 세계시장에서 알아주는 기업이다.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선 혁신상을 거머쥐었고, 올핸 개발도상국 결핵 퇴치 운동을 진행 중인 클린턴재단에 장비 조달업체로 이름 올렸다.
단숨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것 같았던 이 회사는 그러나 사면초가에 몰렸다. 의료법 등 첩첩의 규제에 묶여 사실상 한국에선 제품을 팔 수 없고, 해외에선 후발업체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업체와 계약해 주문자표시생산(OEM)을 하거나, 기술 공개를 통해 로열티를 받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 회사의 오준호 대표는 “기술력 면에서는 세계 최고지만 내수시장이 없다보니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무분별한 규제와 더딘 규제 완화 속에 한국이 스타트업의 무덤이 돼 가고 있다. 가령 비대면 진료의 경우 코로나19로 한시 허용되긴 했지만 이전까지는 국내총생산(GDP) 상위 15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만 금지해 왔다. 이렇다 보니 신기술은 대거 나오고 있지만 관련 산업은 고사 직전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역대 정부마다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이기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산업융합 시대에 국내에만 있는 규제를 폐지해 기업의 혁신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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