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심야까지 참모 회의 주재하며 정상회담 준비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막판까지 정상회담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늦은 밤까지 참모 회의를 주재하며 일본 정부와의 협의 결과를 보고받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한·일 양국 간에 아직 조율해야 할 의제가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6일 오후까지 회의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방일 때의 환대에 호응하는 의미로 기시다 총리를 7일 저녁 관저로 초대해 숯불고기와 청주 등 한국 전통 음식으로 맞이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물밑에선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양국 간에 치열한 외교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마지막까지 일본과의 협상에 집중하는 건 “이젠 일본이 호응할 때가 됐다”는 국내 여론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일본과 관련해서는 말 한마디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출렁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강제징용해법 발표 뒤 일본을 방문하며 12년 만에 ‘한·일 정상 셔틀 외교’를 복원했다. 결단의 성격이 강했지만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27%(한국갤럽 4월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조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 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 대통령 발언이 공개되며 거센 후폭풍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내에서는 이번 정상회담만으로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안보와 첨단산업 등이 의제에 올랐다”고 밝히면서도 “공동선언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3월 윤 대통령 방일 때는 물론 이번 기시다 총리 방한을 앞두고도 기시다 총리가 최소한 19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담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문구를 직접 언급하는 방식을 요청해 왔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지난 3일 “한·일 정상이 미래의 문을 연다고 해서 과거의 문이 닫힌 건 아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일 방한한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자리에서 과거사 사죄 표명 필요성에 대한 국내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기시다 총리가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 전체를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언급하는 수준의 간접 표명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사죄 불가론’을 고수하는 일본 자민당 내 강경파의 목소리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 강경파는 “기시다 총리가 사죄 입장을 추가로 밝힐 경우 과거사의 짐을 후대에 물려주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다만 양국은 북한의 핵 위협과 인권 탄압에 대한 공동 대응과 반도체 등 공급망 협력, 문화·인적 교류 확대 등에서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양국 공동 검증 방안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끊어진 양국의 분야별 고위급 채널만 100여 개에 달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본격적인 재가동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완전히 꽉 막힌 한·일 관계가 이제 막 해빙기에 들어선 것”이라며 “한 방에 눈 녹듯 모든 것이 해결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태인·정진우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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