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팩웨스트 주가 반토막 … 미국 지방은행 ‘도미노 파산’위기

김도년 2023. 5. 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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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 우려에 웨스턴얼라이언스 뱅코프 주가는 38%가량 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미국 정부가 ‘소방수’로 나섰지만 지방은행의 파산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FRB)에 이어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팩웨스트뱅코프를 비롯해 미국 지역은행의 주가가 4일(현지시간) 일제히 추락했다. 1980년대 지방은행이 줄줄이 파산한 ‘제2의 저축대부조합(S&L)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 캘리포니아 지역은행인 팩웨스트뱅코프의 주가는 전날보다 50.6% 내린 3.17달러를 기록했다. 이 은행 주가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직전인 3월 8일 26.7달러를 기록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애리조나주 소재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와 트레이크시티의 자이언즈 뱅코프도 이날 각각 38.5%, 12.1% 내렸다. 4일 미국 지역은행의 연쇄적인 주가 폭락은 테네시 지역은행인 퍼스트 호라이즌의 인수가 불발된 게 불씨였다. 캐나다 2위 은행 토론토도미니언은행이 지난해 2월부터 진행한 인수 절차를 철회하겠다고 밝히자 퍼스트호라이즌 주가가 33.2% 하락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1년 이상 이어진 통화 긴축의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환경 속에 자금경색에 시달리는 기업과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이탈한 고객이 늘면서 일부 지역은행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우려에 주가가 약세다. 퍼스트리퍼블릭 공시에 따르면 이 은행 예금은 올해 1분기에만 전체 예금의 절반 이상인 1000억 달러(133조원)가량 감소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하면서 지방은행이 상업용부동산에 대한 대출 비중을 높였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방은행 위기가 확산하면 제2의 S&L 사태와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고 분석한다. S&L은 주택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한 미국의 지역 금융사로 1980년대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줄줄이 파산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권 파산이 경기 부진을 증폭해 한국의 실물경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지역은행 위기를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VB·FRB와 팩웨스트뱅코프는 모두 캘리포니아 지역은행으로 오피스 등 공실률이 빠르게 상승한 상업용 부동산 자산을 많이 보유했다”며 “금융 시스템 전반의 문제라기보다는 개별 은행의 의사 결정 실패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분석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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