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급 장교 확보 비상, 국방 중추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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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임관식 도입 ROTC 100명 긴급 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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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사 550명 선발하고도 444명만 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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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페이’ 기대지 말고 체질 개선 나서야
육군이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의 소위 임관을 1년에 두 차례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학교에서 2년 동안 군사 교육을 받은 학군사관 후보생은 졸업과 동시에 매년 3월 임관하는데, 이와 별도로 7월 임관식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학점 부족 등으로 대학 졸업 요건을 채우지 못했거나 임관 종합 평가에 불합격했더라도 자격 요건을 보완하면 하반기부터 장교 복무 길을 열어 주기 위함이다. 육군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임관 제도 개선 지침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학군사관 후보생의 여름 임관은 ‘재수 소위’의 입대 대기 시간을 줄여 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군 입장에선 초급 장교 부족 문제를 해소하려는 고육지책이다. 예정대로라면 육군은 100명 안팎의 소위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7월 임관 제도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각 군의 초급 장교 교육기관의 경쟁률 하락과 중간 이탈자 증가가 이를 보여 준다. 학군사관 후보생의 중도 포기자는 2019년 한 해 255명에서 2021년엔 364명으로 증가했다. 2018년 13명의 중도 퇴교자가 나온 육군사관학교도 지난해엔 68명으로 5배 이상 됐다. 사관학교에서 일반 대학의 법대나 의대로 위탁 교육을 나가 변호사·의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난 2월 21일 입교식(60기)을 한 육군3사관학교의 경우 550명 정원에 444명(80.7%)만 입교해 96명이 선발 시험에 합격하고도 이탈했다.
선발 경쟁률도 갈수록 내림세다. 2018년 3.3대 1이었던 학군사관 후보생의 경쟁률은 지난해 2.4대 1로 떨어졌다. 2018년 모두 30대 1을 훌쩍 넘겼던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경쟁률은 지난해 육사 26대 1, 해사 19대 1, 공사 21대 1로 낮아졌다. 장교에 대한 관심 저하는 장기적으로 장교의 자질 향상 및 군 정예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군 당국은 이런 현상을 인구 감소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길 바란다. 개성 강한 MZ 세대가 일부 강압적이고 불합리한 군 문화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열악한 초급 장교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등 처우 관련 대책도 필요하다. 현재 소위의 월평균 수령액(세후)은 수당과 휴가비, 상여금, 연가보상비를 포함해 241만8550원이다. 중령으로 진급해야 받을 수 있는 연금 수혜 기준을 낮추기 어렵다면 초급 장교들에게 중·장기 복무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 부대 개편과 장비 현대화·과학화를 하는 과정에서 자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2010년대 중반 장교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이유 중 하나가 취업과 연금이라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무엇보다 전역한 장교를 우대하고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미국에선 이웃 누군가가 입대할 경우 대대적으로 환송하거나,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에 앉은 장교에게 자신의 비즈니스 자리를 내어 주는 등 군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공직과 기업에선 미국 육사인 웨스트포인트 출신들의 리더십을 활용하기 위해 채용하는 경우도 많다. 2년 전 웨스트포인트의 리더십을 소재로 한 『인성의 힘』(로버트 캐슬런 2세)이란 책이 출간됐을 정도다.
조만간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방혁신위원회가 출범한다. 미국의 전략자산을 투입해 확장억제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군 스스로 체질을 개선하고 점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초급 장교는 국가 안보의 중추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진입한 한국이 더는 ‘애국 페이’에 기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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