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앰버서더’라는 허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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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명품 브랜드 서울 사랑에 으쓱
귀한 친구 같은 K스타는 글쎄
」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서울을 주요 행사 개최지로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이화여대에서 디올 패션쇼가 열렸고, 다음 달 16일에는 경복궁 근정전에서 구찌 패션쇼가 열릴 예정이다. 미국과 유럽에 있는 본사에서 행사가 열릴 때 K스타는 초대손님 1순위다. 지난 28일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가 뉴욕 5번가 플래그십 스토어의 리노베이션을 완료하고 오프닝 파티를 열었을 때 BTS 지민, 래퍼 지코, 배우 이정재 등이 초대돼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유서 깊은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K스타를 자사 브랜드의 앰버서더로 임명하는 일도 자연스럽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K스타는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로컬 앰버서더에 그쳤는데 이젠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약 중이다.
앰버서더란 브랜드를 홍보하는 이들을 친숙하게 부르는 말이다. 브랜드의 철학을 잘 알고, 이해하며, 심지어 같은 지향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 계약기간 동안 돈 받은 만큼 일하는 ‘광고 모델’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그런데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말하는 함의의 앰버서더가 K스타 중에 과연 존재하는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브랜드 철학을 이해하기는커녕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1년 만에 다른 브랜드의 앰버서더가 되거나 여러 브랜드의 앰버서더를 겹쳐 하는 스타가 여럿이다. 배우 이민호는 21년 루이 비통 워치 앤 주얼리, 22년 남성복 보스, 23년 펜디 앰버서더로 매년 다른 브랜드와 함께한다. BTS 지민은 티파니 앰버서더인 동시에 디올 앰버서더다. 지코 역시 티파니 앰버서더이자 펜디 앰버서더다. 배우 공효진은 버버리, 피아제, 로에베 앰버서더로 이들 브랜드 행사에 자주 초대된다. 차은우는 버버리 앰버서더이자 디올 뷰티 앰버서더다. 송혜교는 쇼메 앰버서더이면서 펜디 앰버서더다.
브랜드 관계자들은 “뷰티·패션·주얼리·워치 모두 다른 분야라 앰버서더가 겹쳐도 된다”고 말한다. 바르는 것은 얼굴에, 차는 것은 목과 손목에, 입는 것은 몸의 일이니 ‘따로 따로’ 생각할 수 있다지만 그는 한 사람이고 그의 이미지 또한 하나다. ‘여러 사람이 다 좋아하는 친구도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좋은 친구와 왜 1년 만에 헤어지는지 묻고 싶다. 명품 브랜드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실제로 SNS 구독자 수와 팬덤, 출연작, 영향력 등을 고려해 매년 새로운 K스타를 본사에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조지 클루니와 오메가, 브래드 피트와 브라이틀링, 휴 잭맨과 몽블랑처럼 오랫동안 그 브랜드의 얼굴이자 친구로서 귀히 여길 만한 K스타는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브랜드와 스타가 헷갈리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라 치고.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모셔 간다’는 허울 속에서 K스타들의 이미지가 너무 빠르게 소모되고 있는 건 아닌지 씁쓸하다.
서정민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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