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시사일본어] 사밋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에서 만난다. 이를 두고 두 나라의 표기법이 다르다. 한국은 ‘한일 정상회담’, 일본에서는 ‘일한 수뇌(首脳)회담’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이달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의 일본식 공식 표기는 ‘주요 7개국 수뇌회의’다. 그런데 일본 언론은 영어 단어 Summit를 그대로 표기한 ‘사밋토(サミット)’ 란 용어를 즐겨 쓴다. 기시다 총리의 고향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 열도는 달아오르고 있다. 정상회의에 앞서 4월 16~18일 열린 외무장관 회의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모두 15개의 장관급 회의가 이어진다.
G7정상회의 출발점은 1973년에 터진 국제 석유파동이다. 당시 세계 불황을 우려한 미국의 조지 슐츠 재무장관이 서독, 프랑스, 영국 재무장관을 초청해 비공식 4개국 모임을 가졌다. 그해 가을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에 미국 초청으로 일본이 참가했다. 1975년 프랑스 대통령이 된 지스카르 데스탱은 ‘공업화된 4개 주요 민주주의 국가’의 정상을 초청, 첫 5개국 정상회의를 열었다. 이어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참가했다. 7개 국이 매년 돌아가면서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주최국은 정상회의 주제와 초청국을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 히로시마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핵군축, 불확산’이다. 기시다 총리는 핵 폐기를 향한 강한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개최 장소가 히로시마인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핵 이슈’로 국제 영향력을 키우려는 일본의 전략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는 2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패망을 가져온 원자폭탄이 투하(1945년 8월 6일)된 곳이다. 정상회의 일정 가운데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방문이 들어 있다. 히로시마는 중세부터 상업적, 군사적 요충지였다. 메이지유신으로 탄생한 정부가 군국주의의 길을 걸으며 청일전쟁(1894년)을 벌일 당시 히로시마성에 군사령부(大本營)와 임시 제국의회가 설치된 적도 있다.
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G7 정식 회원국은 아니다. 히로시마 G7에 윤석열 대통령은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가한다. G7 회원국은 가장 부유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자 ‘다원주의와 대의제 정부’를 가치관으로 내세우는 나라들이다. 일부 회원국 사이에선 한국이 G8 회원 자격을 갖췄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규 회원국이 되려면 전 회원국의 지지가 필요하다. 철저한 준비와 전략을 짜서 실리를 얻고 국가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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