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 넘게 콜록콜록, 한밤 발작적으로 기침 땐 천식 신호

권선미 2023. 5. 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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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숨길이 좁아지는 천식은 천천히 일상을 파괴하는 질병이다. 요즘처럼 꽃이 만개하는 봄은 꽃가루·미세먼지 등으로 폐와 연결된 통로인 기관지 자극으로 숨을 쉬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천식은 폐 기능을 유지하는 꾸준한 증상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세계 천식의 날(5월 2일)을 계기로 천식 증상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만성 호흡기 질환인 천식은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하면서 악화하는 진행성 질환이다. 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영주(한국천식알레르기학회 사무총장) 교수는 “그럭저럭 지낼만하다며 증상 관리 치료에 소홀하면 폐 기능이 계속 나빠진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기침뿐이지만 가슴이 답답한 느낌과 전신 피로감이 심해지고 점차 기관지가 좁아져 숨을 쉬기 어려워진다. 고작 숨이 찰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위험하다. 마치 빨대로 숨을 쉬는 것처럼 호흡곤란이 심해져 산책·식사·목욕 같은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진다.

한 번 나빠진 폐, 다시 회복 어려워

별다른 이유 없이 8주 이상 만성적으로 기침할 땐 감기가 아닌 천식·COPD(만성 폐쇄성 폐 질환) 등 호흡기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처음엔 가볍게 콜록거리는 정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된 기침으로 기관지 점막이 예민해져 발작적으로 기침한다. 대개 늦은 밤 기침이 심해지거나 꽃가루·미세먼지가 심한 시기에 일시적으로 호흡기 증상이 심해지면 강력하게 천식을 의심한다. 더 악화하면 천식으로 기도가 예민해져 찬 공기 노출, 자극적 냄새 같은 일상적 자극만으로도 심하게 기침한다.

천식 치료의 제1원칙은 꾸준한 증상 관리다. 천식은 기침,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쌕쌕거림(천명) 같은 호흡기 증상이 없더라도 기도 염증을 조절하는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는 “천식은 임상적 증상 변동이 매우 심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어느 날은 기관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해 발작적으로 기침하지만, 어떤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다 나은 것처럼 보여도 천식으로 인한 기도 염증은 항상 존재한다. 이때 치료에 소홀하면 만성적 염증으로 숨길인 기도의 해부학적 구조가 불가역적 상태로 변한다.

돌발적으로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호흡기 증상이 심해지는 식이다. 바로 천식 발작(Exacerbation)이다. 한 번에 들이마시고 내뱉는 폐활량이 줄면서 폐 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렇게 나빠진 폐 기능은 예전 상태로 회복하기 어렵다.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는 “폐 기능이 약해진 상태에서 천식 발작 빈도가 늘어나면 천식 중증도가 높아지면서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천식 치료법 선택도 중요하다. 천식은 어떤 약으로 치료하느냐에 따라 증상 조절 성공률이 달라진다. 국내외 의학계에서 천식 치료는 기관지 점막에 약이 직접 작용하도록 고안된 흡입 스테로이드 치료(ICS)를 기본으로 한다. 여러 연구에서 흡입 스테로이드 치료가 기도 과민성을 줄여주고 기도 염증을 조절해 천식 증상을 줄여주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처음부터 저용량 흡입 스테로이드로 치료하면 폐 기능이 좋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김세훈 교수는 “글로벌 천식 치료 가이드라인(GINA)에도 흡입 스테로이드가 천식 조절상태를 유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약으로, 가능한 모든 천식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의 흡입 스테로이드 처방률은 약 56%로 낮은 편이다. 낯선 흡입형 투약법에 사용을 꺼린다. 매일 규칙적으로 써야 하는데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면 자의적으로 투약을 중단하기도 한다.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는 “기관지 확장 효과가 있는 류코트리엔 조절제 등 먹는 약으로 버티는 경우도 있지만 천식 증상 조절 효과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천식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중증 천식으로 악화하면서 증상 조절을 위해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게 된다.

또래보다 걸음 처지면 폐 기능 검사를

문제는 부작용이다.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OCS)는 투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김태범 교수는 “생명을 위협하는 천식 발작은 신속하게 개선하지만 약 부작용으로 골다공증, 고혈압, 당뇨병, 백내장, 녹내장, 비만, 근력 약화 등을 동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에 의존할수록 입원·사망 위험이 커진다. 실제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에 의존성을 보인 천식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폐 기능이 더 나쁘고, 천식 발작 빈도가 높고, 갑자기 숨을 쉬지 못하는 호흡 곤란으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가 있다.

문제는 한국은 전신 스테로이드 사용량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높다는 점이다. 2020년 세계 중증 천식 레지스트리에 따르면 중증 단계에서 전신 스테로이드를 지속해서 복용하는 비율이 무려 92.9%에 달했다. 미국(20.4%), 이탈리아(61.4%), 영국(72.9%)과 비교해 높은 수치다. 국내에도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난치성 중증 천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천식 표적 치료제(생물학적 제제)가 5종류나 되지만 알레르기성 중증 천식 등 일부만 건강보험으로 지원된다. 현실적으로 약값 부담이 커 부작용 위험이 큰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숨 막히는 고통을 겪는 난치성 중증 천식으로 악화하는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로 규칙적인 흡입 스테로이드 치료다. 천식 초기부터 하루 1회 매일 꾸준히 사용하면 반복적 천식 발작을 겪으면서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째는 폐 기능 검사다. 천식은 50세 이후부터 유병률이 치솟는다. 그런데 폐 기능은 떨어져도 일상이 불편하지 않아 자각하기 어렵다. 기침을 8주 이상 하거나 동년배와 같이 걸을 때 뒤로 처진다면 폐 용적 검사, 기관지 수축 유발 검사 등으로 폐 기능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것이 좋다. 셋째로 환경 관리도 필요하다. 실내외 오염물질이 기관지를 자극해 천식을 악화할 수 있다. 담배는 간접흡연도 위험해 주의한다. 꽃가루·미세먼지가 심할 땐 외출을 자제한다. 실내에서도 먼지가 많이 쌓이는 카펫은 치우고, 집먼지진드기 등을 없애기 위해 침구도 자주 세탁한다. 마지막으로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좋다. 천식을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감기 등 호흡기 질환으로 폐 기능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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