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계 30년, 뉴스 안팎의 실화
이지영 2023. 5. 6. 00:21
박미옥 지음
이야기장수
책 제목에 어떤 말도 보태지 않았다. 그저 ‘형사 박미옥’이다. 순경에서 경위까지 9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하고 경찰 내에서 본인이 세운 최초의 기록들을 끊임없이 갈아치운 ‘여경의 전설’답다.
이 책은 탈옥수 신창원 사건,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 숭례문 방화사건 화재감식 등 30년간 강력계 형사로 살아가면서 그가 파헤친 굵직한 사건뿐 아니라 뉴스 한 줄 나가지 못한 소매치기 일당이나 스토커, 차량 절도범들과의 이야기가 담긴 치열하고 뜨거운 기록이다.
당시 여성 형사, 강력계 형사는 경찰 내에서도 낯선 존재였기에 사건뿐 아니라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그는 “‘냄비’(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은어)가 왔냐”는 인사에 “주전자는 가만히 계시죠”라고 응수하고, “립스틱 정책이냐”는 비아냥에 머뭇거림 없이 맞받아쳤다고 추억한다. 그러면서 사건은 여경과 남경의 성 대결이 아니라 팀워크로 해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들을 통해 이른바 ‘여경 무용론’을 무너뜨리고 우리 사회의 성 편견을 정당하게 부숴버린다.
강력범죄 현장에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선과 악의 끝을 마주한 형사 박미옥은 해결되지 못한 상처들, 남모르는 아픔들로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 책을 통해 안부 인사를 건넨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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